파업

주동자

by Massoud Jun


*** 파업


사무실 캠프는 주변에 협력업체 사무실을 두고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철문으로 보호되고 있었다.

각 정문을 지키는 경비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지만 사실 아무나 들어오고 있었고 새롭게 현장에 들어오는 현지 신입들이 출입증을 받기 위해 사무실 영역으로 들어와 아무렇게나 돌아다녔다. 그래서인지 도둑질이 자주 일어났다. 주변의 협력업체 사무실도 마찬가지였지만 통제가 되지 않는 듯, 경비들은 덩치만 컸지, 경비의 역할을 못했다. 경비원들끼리 세력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렇게 멋진 회사의 명성에 걸맞지 않았다.


우리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사무실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걸 붙잡고 사무실까지 내려온 이유를 물었다. 당연한 이유가 있을 리 없는 그를 현장에 돌려보내고 30분 후에 현장 반장에게 확인하니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공문을 써서 해고 통지했다.


IMG_2153.jpg 생활 캠프 뒤 편의 지중해



현장이 파업했다는 얘기가 들렸다. 급여를 받은 후였다.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가보니 과연, 모두들 조회 장소인 컨트롤 룸 건물 앞에 모여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손엔 급여 통지서가 들려있었고 내가 도착하자마자 큰소리로 위협적으로 달려들었다. 나와 두 조수는 그들의 외침을 가만히 듣고 있었지만 외침에 묻혀 아무런 의미도 파악할 수 없었다. 나는 내가 지정한 현장 코디네이터를 불렀다. 알제리 군 대령의 조수를 했다는 '사이드'였다. 그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조수 우사마가 귓속말로 작업자들 중에 파업을 주동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고 말했다. 사이드는 뒤 편에 물러서서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노동자들의 외침이 더더욱 격렬해졌다. 그들이 나를 둘러싸고 격렬해진 목소리로 요구하는 목소리는 급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내가 두 손을 들어 그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자 조용해졌다. 사이드를 불러 통역을 시켰다.


"너희들이 각자 목소리를 내면 내가 알아들을 수 없잖아. 너희들 중 대표자가 있으면 앞으로 나와서 내게 얘기해 줘"

"......"

"없어? 그럼, 지금 뽑아서 내 앞으로 나오고 나머지는 일해. 내가 너희들에게 나쁘게 대했어?"

"아냐, 마쑤드. 너는 우리에게 나쁘게 대한적이 없어"

"좋아, 그렇다면 너희가 내게 이러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너희들은 이 현장에 들어와 일하기 위해 인력 사무소인 파워플러스를 찾아가 눈물로 일자리를 읍소했어. 무슨 일이든지 다하겠다고! 그런데 이런 문제가 생기면 너희 사무실에 말해서 해결하지 않고 내게 와서 파업하는 게 정상이야?"

"......"

"좋아, 그럼, 너희들 중에 대표자를 뽑고 나머지는 각자 자리로 돌아가서 일해"


그들은 대표자를 네 명 뽑았고 그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들이 말한 얘기는 인력회사 파워플러스가 자신들의 임금을 갈취해서 이득을 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즉, 처음에 얘기했던 임금과 지급액이 다른데 의무사항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제외하고서도 너무 착취한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이 책정받은 금액 외에 용역회사 파워플러스가 삼성과 계약한 금액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세세한 것 까진 말할 필요가 없었다.


우사마는 현장 코디네이터 사이드가 파업 주동자 같다고 귓속말로 전했다. 그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다.


곁눈질로 내 눈치를 살피고 내 눈에 띄기 위해 작업복 대신 사복을 입고 시선을 끌던 사이드를 행정 코디네이터로 올려놓은 것이 나였다. 며칠 전부터 에이전시 업무를 본다고 현장 사무실에 앉아 현장 인력들 인적 조사를 현장에서 하는 것을 불러, 에이전시 사무실에서 해결하러 오라고 지시한 이후로 나에게 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침 조회를 미리 준비하지 않았고 내 의사 전달을 왜곡해서 자의대로 말했던 것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바도 아니었다.






나는 공무부에서 그들에게 지급된 금액을 확인하고 복사본을 받은 뒤, 용역회사 담당자 바비를 불렀다. 나와 동갑에 5개 국어를 구사하는 똑똑하지만 교활한 친구였다. 관리부에서 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그가 나를 보자 반갑게 인사했다.


"오, 마이 프렌드 마쑤드! 얘가 내 유일한 경쟁자 마쑤드야!"


과도한 제스처를 취하며 관리부서 앞의 여자들을 향해 말하곤 비굴하게 웃고 있는 그를 보며 웃지도 않고 악수했다.


"잠깐 얘기 좀 하자"


우리는 사무실 밖의 휴식처로 와서 나란히 앉았다.


"너희 사무실에서 보낸 애들이 지금 파업 중이야. 얘기 들었어?"

"아니, 금시초문인데? 무슨 일로?"

"너희들이 지급한 급여에 문제가 생겼어. 확인해 봐"


내가 가지고 간 급여 명세서를 확인한 그가 고개를 들었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 문제라면 문제없어. 이들은 우리 사무실에 와서 눈물까지 흘리며 무슨 일이든지 시켜주면 다 하겠다던 애들이야. 마쑤드, 네가 얘들에게 잘해줄 필요 없어! 우린 얘들의 복지를 위해 사회보장금과 4대 보험을 지불하고 있어."

"이건 잘해주고 말고가 아닌 기본 문제야. 4대 보험과 사회보장금이 55%야. 그리고 얘네들 네 명은 내가 지명해서 공무팀과 관리팀에 얘기해서 야간 경비까지 서고 있는 애들인데 야간 금액이 지불되지 않았어. 너희 회사가 해 먹고 삼성에게 뒤집어 씌워 파업이 일어난 거야! 당장 다시 계산해서 지불 해! 안 그러면 너희 회사 인력 삼성 공급하는 거 빼 버린다! 게다가 철근이나 토목, 목수에 능력이 없는 애들을 기술자로 기재해서 돈을 횡령하고 있어. 난 너보다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이 더 중요해. 네 사장이 삼성이랑 각별한 관계라는 거 잘 알고 있어. 그러나 당장 시정하지 않으면 삼성 현장에 발 붙이지 못할 거야!"

"알았어.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당장 시정하도록 하지. 그건 그렇고 진짜 제대로 된 기술자들 원하면 얼마든지 넣어줄 수 있어!"


재수 없는 그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뻔뻔하고 후안무치한 놈이 확실했다. 인력들이 자질이 없는데도 기술자로 넣어 인건비를 빼먹으면서 항상 하는 변명이 복지비용으로 많이 들어간다는 말이었고 그 변명마저 들키면 저런 뻔뻔한 말로 분노를 자아냈다. 그는 관리부에서는 총애하고 있었다. 사실, 그를 총애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사장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인력공급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리에 없는 박 부장을 대신해서 관리부 이 차장을 찾아가 이러한 사실을 말하고 시정하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한국인 관리자를 에이전시에 파견하여 일일이 실력을 확인하고 채용해야 삼성의 명성에 걸맞다고 제안했다. 협력업체의 한국 식 작업 방식은 알제리 인부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프로젝트 계약서 상 한국인 1인당 알제리 인력 3인을 채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아니라면 무용지물인 친구들이었다. 가랑비에 비 젖는다고 현장은 주 프로젝트 수행원인 한국 사람들의 업무 능력을 10으로 잡고 필리핀이나 태국 인부를 7%로 잡았다. 그 이외 외국인들이 5%라면 알제리인들의 업무 능력을 2%로 잡고 있었다. 알제리인들은 이곳이 알제리가 아니라면 한마디로 업무에 방해가 될 뿐이었고 그만큼 한국인들의 기술력과 노동력이 뛰어났다.



자신들의 업무에 충실했던 동서고원고속도로 인력들은 내게 알제리인들의 근면 성실함과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파악한 바에 의하면,

현장에는 철두철미한 프로페셔널한 의식을 가진 현지 전문가가 꽤 섞여 있었지만 밝혀낼 인프라가 부족했다. 인력회사에서 보내 주는 대로만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스템을 바꾸거나 그런 전문가들의 테스트를 통과한 실력자들이 들어와야 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그런 조치는 협력업체에서 마련해야 하는 것이었지만 공정에 쫓겨 정작 중요한 인력들에 대한 교육과 관리, 발굴로 인한 한국 회사에서 일하는 자긍심은 물론, 소중한 관계는 등한시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삼성 현장 사무실을 기웃거리는 현장 노동자들을 발견하기도 했고, 더러 도둑질이 일어나는 현상은, 그들을 관리하고 교육하는 매니저가 없기 때문이라고 단정했기 때문에, 업무 규칙 준수를 강조할 필요가 있었지만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던 것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다. 현장에서 충실한 기술 인력들을 뽑아 신입들을 관리하여 옥석을 가리거나, 인력 사무소에 파견하여 일일이 면접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더 큰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


용역회사 파워플러스는 인부들의 자질과 능력을 확인하지 않고, 거짓 이력서에 기재된 대로 현장에 투입하면서 최고의 금액을 청구했다. 그 해결책으론 이들의 실력을 테스트하기 위한 전문인력의 면접도 없었고 테스트할 기본적인 시스템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도 사실, 프로젝트 비용에 따로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미 프로젝트 깊이 들어와 버린 그들에게 한국인들과 같이 일하는 것이 인정받고 자랑삼을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삼성 사무실 경비가 그러한데, 중요한 장비들이 즐비한 야적장 경비, 캠프 외곽 경비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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