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현대의 차이점

관리의 삼성, 구 시대의 유물 현대

by Massoud Jun

*** 관리의 삼성, 구 시대의 유물 현대



삼성 캠프에서 이 차장은 일부러 나를 불러 저녁을 대접했다. 비싼 술과 안주를 내주었다. 친절한 그에게서 현대에서 보아왔던 숨 막히는 갑질의 모습이 발견되지 않는 것도 신기했거니와 별로 친했던 기억도 없는데 일부러 불러주는 모습에 솔직히 감동했다. 그는 상관이었던 박 부장에 관한 우리의 마지막 과정을 잘 알고 있었다. 나를 보내지 않으려 차를 보내지 않았던 것도 잘 알고 있었고 어떻게 해서든 현장으로 다시 부를 계획이, 내가 상무들에게 보낸 편지 때문에 임원들이 발칵 뒤집혀 그의 신뢰를 상실하게 되었다는 것도 아쉬워했다.


같이 일할 기회는 나의 객기로 인해, 혹은 나의 자존감으로 인해, 자신들의 세계 속에 가둘 수 없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삼성 현장에 일하면서 안티 삼성이라고 말하는 나에게 그는 사하라 사막 깊숙이 새로운 유전 개발 프로젝트에 안전으로 채용할 수 있게 이력서를 요청했다. 나는 안전이라는 한 가지에 얽매인 일보다, 현지 경비 업체와 캠프 관리 업체를 총괄할 수 있는 사외 업체를 통해 계약을 맺고 발주처 코디네이터를 제안했다. 물론, 이력서도 제출하겠다고 했다.



이스마의 담당 공구장은 젊었다. 이스마는 그가 밤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아침이면 술냄새가 진동을 한다면서도 아빠 같은 사람이라고 그를 한껏 추켜 세웠다. 내 청혼을 받은 아버지가 늦게 집으로 들어온 시간에 문자를 보내, 일거수일투족을 문자로 보내다가 자신의 보스를 찾아가란 말을 했던 뒤에 방문한 그의 캠프 방엔 주변 동료들과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현대 엔지니어링이 알제리에서 복합화력 발전소 사업을 성공하면 현대를 배워야한다는 겸손을 떨었다. 그러면서 거나하게 술이 된 그가, 우리 나이 차가 19년이나 난다는 말에,


"자네에게 이스마 못주네! 절대 못 줘!"


하고 말하자 주변 사람들이 모두 뜯어말린다고 장난 아닌 상황이 연출되어 후다닥 방을 나왔다.

자정이었다. 휘영청 밝은 스킥다의 밤하늘과 달 빛을 받은 고요한 지중해가 취기 가득한 나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짧게 머물렀던 스킥다 현장이었지만 보고 싶은 사람이 많은 곳이었다. 그들이 대개 빠져나가고 캠프는 한적했다. 캠프에서 바라보는 현장의 굴뚝에선 아직도 지하에서 올라오는 유전 불빛이 스킥다를 낮처럼 밝게 비추었다.

지중해와 맞닿은 삼성엔지니어링 캠프 후문



2012년 삼성엔지니어링 스킥다 현장은, 노후된 시설을 현대화된 첨단 장비로 교체하는 난 공사로, 연일 공사 투입 인원 3만 명이라는 현장 신기록을 세우며 프로젝트 기간 내에 단, 70여 일의 가동 중단 후에 새로운 장비 교체를 3시간도 채 못되어 완성한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그들의 추진력과 협업은 대기업의 횡포에 잔뜩 긴장해 있던 내게 오히려 새로운 잠재력을 일깨워 주었고 갑질보다는 나의 부족함을 일깨워주었던 곳이었다. 이런 현장에선 배울 게 많았지만 긴 안목을 가지지 못했던 내 불찰과 박 부장의 제안이 비로소 이해가 됐다. 박 부장도 현장의 거의 모든 책임을 떠안고 삼성엔지니어링을 떠나 외국계 대기업 한국 지사장으로 발령 나 있었다.


그가 그리웠다.


그는 현실에서 나를 이용한다 하더라도 거짓말로 현혹하지 않았었다. 처음엔 오만했지만 나중엔 고개 숙여 요청했고 거부한 이후, 따분한 아르쥬 현장에 있으면서 그에게 스킥다 현장 귀환을 요청했지만 응답하지 않았었다. 우리 사이는 그렇게 끝났었다. 그의 갑질은 현대에서 경험한 것보다, 조선소에서 경험한 것보다 훨씬 귀엽고 진정성이 있었으며 심지어 거짓이 없었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고서야 깨달았다. 잘났다고 까불어봐야, 시간이 지나고서야 깨닫는 일이 얼마나 많던가! 그럼에도 세상 다 통달한 듯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겸허한 마음은, 오만하고 자만함으로 똘똘 뭉친 십센치들을 만날 때마다 산산이 무너지고 증오와 혐오만 가득해졌다.


그것들은 나도 모르게 섬뜩하게 피어오르는 똘끼 충만한 살기를 불러일으켰다. 그들이 내게 요구하는 것은 한 개인으로서나 동료로서가 아닌, 기계화된 노동자로서의 노예나 하인이었다. 그런 사람이 한국엔 너무나 많았음에도 이 사회는 어떻게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를 이루었고 굴러왔을까!


어쩌면 그러한 이유들로 경찰, 검찰, 사법부의 불신이 최고의 이르고 자살률과 노동 시간, 과로사, 빈부격차, 불평등, 기업 살인이 OECD 최고에 이르렀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이미 끓고 있는 냄비에서 죽어가면서도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던 어떤 대통령의 허탈한 절망 속에, 고작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조중동문 기레기들에게 난자당하면서도 세상에 내놓은 처절한 외침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정치권력이 망나니의 칼을 휘두르는 광경을 지켜보며 그 뒤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던 대기업 재벌들의 앞잡이들이 모든 정치권력과 언론, 썩어빠진 사회 구조의 첨병이었던 것은 명백했다!




P20130615_174605_LI.jpg 안전 부장과 용 부장, 퇴근 전에 발전기 기름을 채운다.



소장은 전 직원들을 불러 국민체조 음악을 켜 놓고 아침 체조를 시작했다.

알제리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체조 모습이 신기한지 촬영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한국의 군대에서도 아침에 이런 체조를 할까 싶었다. 산업 현장에서는 항상 하던 일이었다. 심지어 군대와 똑같은 거수경례를 붙이는 모습이 어색해서 일부러 고개 숙여 인사하거나 얼버무렸다. 노동현장의 군대식 문화는 젊은 친구들에게 군대 문화의 악몽을 불러일으킬게 분명했다.


한국의 군대는 누구나 때 되면 진급을 하고 어떤 부당함과 부조리도 군법이란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가장 비밀스럽고 가장 추악한 현장이 아니던가! 국방의 의무를 지고 귀한 자식 군대 보냈더니, 온갖 모욕과 인격 말살, 구타와 비리로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비천한 갑질 문화를 배워 나오는 곳이 아니던가! 아무리 신성시한다 해도 최하의 보급품으로 최고의 군기, 남자의 명예와 자부심으로 포장한다 해도 한국 군대를 진심으로 좋아할 젊은이들은 그다지 없을 것이다.

친구들은 술을 마시면 꼭 하는 얘기가 어떤 병장이 자신들을 갈군 얘기로 자랑스러운 군대의 대미를 장식했노라고 자랑 뒤에 진심을 담았다. 그런 군대식 문화가 직장으로 옮겨와서도 꼭 같이 진행되는 첫 단계가 단체 체조였다. 군대야 원래 그랬다 하더라도 첨단을 향해 가는 현시대에, 아직 구시대 개인 보급품에 자기 부대 마크의 자긍심을 가지라는 얘기를 하면서도 보급품과 병사의 복지를 위해 써야 할 돈을 착복하는 더러운 군인들이 보수라는 이름으로 차지하고 있는 곳이 한국 군대의 은밀한 비밀이 아니던가!


그 비밀스러운 체계를 기업에도 적용시켜 직급으로 분류한 체제는 야만스러웠다. 신입 사원들의 미래지향적인 창의력이 일제 군대 체제 속에 스며든 꼰대들이 짓밟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체조를 따라 하면서도 속으론 궁시렁거렸다. 모든 공구장들과 직원들이 열심히 구령에 맞춰 열심히 국민체조를 하고 있었지만 대충 하는 것을 눈치챘는지 소장이 '전 과장 똑바로 해! 하고 고함을 쳤다. 그 이후로 웬일인지 체조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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