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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Feb 11. 2020

특별하지 않은 날은 없다

Reboot

아침에 시계를 보니 또 지각이다. 

엄마에게 왜 깨우지 않았냐고 짜증을 내니, 몇 번이고 깨우셨단다. 

나는 지각을 자주 하는 고등학생이었지만 초등학생 때는 달랐다.

매일 밤 내일 입을 옷 - 주로 흰옷을 좋아했고 그것을 엄마는 싫어했다- 을 머리맡에 곱게 개어두고 잤고 

아침에도 꽤 잘 일어났다. 소풍이나 운동회 같은 행사가 있는 날은 잠을 설치고, 엄마가 김밥 만드는 소리에 잠을 깼던 것 같다. 


오늘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설렘이다. 특별한 하루가 될 것 같은 기대. 두근거림. 

이 설렘은 나이가 들수록 사라져 차라리 잠이나 더 자면서 꿈이나 재미있는 걸로 꾸는 걸 기대하는 편이 나은 때가 온다. 그래도 그렇게 살면 쓰나. 무슨무슨 날을 챙기기도 하고, 맛집도 예약해보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학원도 다니면서 특별함을 만들어보려 노력한다. 특별한 하루는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스스로 장치를 만들고 Reboot 해야 한다. 


12월 31일은 아직까지 꽤 좋은 기회다. 수십 년 속아봐서 기대를 안 할 법도 한데 아직도 설렘이 남아있다. 내년에는 내 인생이 한 단계 성숙해질 것 같은 기대로 많은 계획(만)을 세워본다. 

사실 참으로 오랜만에 주절거려 보는 이유는 지키지 못할 새해 계획 중 하나가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20대까지는 종종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을 글로 남기곤 했는데, 삶의 어느 시기에 자의 반 타의 반 말과 글을 줄이게 되었고 또 그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때가 되면 그 이유에 대해서도 글로 남겨보리라. 


나는 이미 2019년의 마지막 날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사소한 것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 짧은 글을 쓰며 2020년의 설렘이 커져있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새해에는 더 많은 통로로 더 많은 나를 찾고, 실험하고, 표현하기를 약속해본다.  


다들 특별한 2020년을 위한 레시피 잘 만드시고 실천해보기를 바랍니다. 

누가 압니까. 우리의 실패가 레시피보다 더 특별한 요리를 만들어 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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