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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Feb 11. 2020

컴플렉스는 나의 힘

세상 속으로 던져지다

13년 전 독일로 날아오며 결심한 한 가지 ‘6개월 내 생활 독일어 완성’.


새로운 곳에 살기로 마음먹고 그곳의 언어를 빨리 배우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나에게 그 결심의 의미가 조금 더 특별했음을 깨닫기까지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2년 동안 나는 깎이고 잘리고 무너지고 부서졌다. 물론 독일어에 대한 내 목표도 함께.




처음 느끼는 강렬한 감정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것. 


한국에는 나는 강하고 확신에 찬, 흔들리지 않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내 딴에는 그랬다. 


하지만 그때 나는, 


옆을 지나는 행인의 큰 소리에 놀라고, 사람들을 마주 해야만 하는 모든 상황이 두려웠다. 


또 작은 일에도 쉬이 분노하는 쫌생이.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한 가지 현상에는 모세혈관 보다 많은 이유가 덕지덕지 얽혀 있겠지만 내가 찾은 대동맥.


'입을 빼앗겼다' 


자부심이기도 했던 입은 똑같은 무개로 도피처였다는 사실을, 


어쩌면 후자에 더 크게 기울어져 있었음을 깨달았다.


언어가 해결해야 하는 첫 번째 과제였던 이유는 도피처를 잃고 싶지 않은 본능적인 방어였다. 


자부심은 동시에 도피처가 되고, 그 안에서 나는 평안하다.  


새로운 곳에서, 불편한 것에서, 내가 부족해 보일까 두려운 곳에서 도망치며


무언가 초탈한 사람인양 착각했던 나는,


Comfort Zone에서 끌려 나와 세상 속에 다시 내던져졌다. 


다시 '입'을 되찾을 것인가 '컴플렉스'로 남길 것인가의 기로에서 '컴플렉스'를 선택했다. 


그것은 내 선택이 아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탁월했다. 




이전에 나는 아마 그랬겠지. 아니 그랬다.

 

최선을 다 한다고 했던 모든 것에서 최선을 다 하지 못 했을 것이다. 


아무리 쥐어짜고 노력해도 내 안의 그놈이 나와주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내 삶의 근본을 '컴플렉스'로 갖고 살아온 지금까지,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느끼고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운다. 


그리고 앞으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나를 Comfort Zone에서 끌어내기로 결심해 본다.


모피어스의 빨간약은 나를 발버둥 치게 만들었고, 아마 그 모습은 좀 부족하고 때로는 추하게 느껴질거야.


그래도 나는 빨간약! 파란약 말고 빨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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