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간계 연구소 Feb 20. 2020

당신은 누구입니까? #2

두려움의 이유

컴퓨터와 관련된 희대(稀代)의 망언이 있다. 1981년 출시된 IBM PC는 메모리가 640KB로 제한되어 있었고 이에 대해 빌 게이츠는 "640KB면 누구에게나 충분하다."(“640KB ought to be enough for anybody.”)라고 말했다고.


물론 사실 여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당시 몇 백 기가의 메모리와 몇 테라의 저장 용량을 개인이 사용하는 지금의 시대는 꿈속에서조차 상상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AI에 의해 어떤 미래가 언제 오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장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로 평범한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들 만큼 엄청난 변화의 문턱에 와있을 수도 있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 조차 서로 완전히 다른 미래를 주장하고, 그 분분한 주장들 속에서 주로 다뤄지는 두 가지 테마가 있다. 하나는 기술이 몇 년 후쯤에 현실화되는지 같은 '시간' 관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AI vs 인간' 즉, '어떤 분야까지 로봇이 인간을 능가할 것인가'이다.


예를 들면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는 10년 뒤에 가능한가? 20년 후에나 가능한가?'류의 질문이고 '기계는 인간의 연주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같은 질문이다. 혹자는 '그냥 그런 세상은 나 죽기 전에만 안 오면 돼'라고 말하기도 한다. 다 필요 없고 이대로만 살다 가게 해달라는 작은 바람이다. 




'언제쯤 어떤 세상이 올까?'


어떠한 기술이 10년이 걸리던 20년이 걸리던 혹은 결국 불가능하던, 그것은 관련 업계 종사자로서 비즈니스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라면 별 의미가 없는 얘기다. 내비게이션이 교통량까지 고려해서 운전자들에게 흩어지라고 명령하고, 인터넷에서 주문한 물건이 드론으로 날아오는 세상. 대부분의 지구인이 스마트폰으로 옆집사람보다 가깝게 연결되는 시대가 불과 10년도 안됐다. 그 기간 동안 나는 무슨 특별한 준비를 하지도 않았고 했다고 내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떤 미래가 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도 모를 정도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적응되어 살아갈 것이다. 소외될 소수의 사람들을 걱정하는 건 몰라도 본인 걱정은 안 해도 된다. 


 'AI vs 인간'


온갖 미디어에서 '미래에 없어질 직업'과 '미래에 생겨 날 직업'같은 얘기를 친절하게도 쉴 새 없이 해준다. 사람들은 '내가 하는 일을 언젠가 AI가 더 잘하게 되면 어쩌나' 두려워하기도 하고 '내가 하는 일은 너무 복잡하거나 영혼이 담긴 일이라 절대 기계는 못해'라고 철벽을 치기도 한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천하의 빌 게이츠도 미래를 모른다. 심지어 다른 분야도 아니고 본인이 세계 1등 하는 분야도 데이터를 통해 단지 '예측'할 뿐이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컴퓨터로 주식거래를 하시는데 뒤에서 가만히 본 적이 있다. 그냥 가게에서 반찬거리를 사듯이 툭툭 사고파는 것이 아니었다. 온갖 뉴스와 위아래로 뻗은 빨간색 파란색 그래프, 재무제표, 찌라시등등 고려하고 연구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운에 승부를 거는 게임이 아닌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논리적으로 승부를 거는 게임이구나!'  


나 : "엄마 이거 상한가가 7000원인데 10주만 있어도 순식간에 7만 원 버는 거네?'  


엄마 : "그게 그렇게 쉬운 줄 아니? (귀여운 놈)"


나 : "그래도 다 분석해서 하는 건데 한번 정도 완전 확실한 때가 있지 않나? 길게도 아니고 내일 딱 하루 오르는 거 정도는 '예상'할 수 있을 거 아니야." 


엄마 : "그게 그렇게 쉬운 줄 아니? (귀여운 놈)"


나 : "우리 집이 얼마지? 우리 집 팔아서 그 돈으로 딱 하루만 잘 치고 빠지면 돈 엄청 벌겠네!!!!!" 


엄마 : "사람들이 그러다가 패가망신하는 거야."


"세상에 안전한 도박판은 없어!"는 평경장이고 엄마는 "세상에 100%는 없어!"라고 하셨다. 


미디어에서 당신의 직업을 '미래에 없어질 직업'이라고 한들 그 말만 믿고 멀쩡히 잘 다니는 직장을 때려치울 수도 없는 일이지만 넋 놓고 있기에도 무언가 불안한 마음이 있다. 나는 그 마음이 먹고 살 걱정 때문에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언제라고 그런 걱정 안 하고 산 것도 아니도 아니지 않는가?!




충분한 기술이 있다 한 들 죄다 로봇으로 대체하지 않을 수도 있다. 수지타산 안 맞는 '예술가 로봇'을 지금의 예술가만큼 많이 만들어서 어디다 쓰나. 그러면 OK인가? 내 직업 보전했으니까 OK?


솔직히 우리에게 '내 직업을 대체할 기술이 실제로 세상에 나올지 아닐지의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불안한 진짜 이유는 '내 삶의 가치'를 잃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평생을 추구해온 가치가 한낮 허상 쪼가리가 될까 봐 두려운 것. 나아가 한 인간으로서 존재의 의미를 싸그리 부정당할 것 같은 두려움이다. 


알 수 없는 미래를 두고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나는 의미 있는 진짜 가치를 쫓고 있는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고, '나는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라는 마음속의 외침을 듣는 것이다.




 



이미지 : https://pixabay.com/ko/photos/로봇-외계-싸이-보-그-4914213/

작가의 이전글 당신은 누구입니까?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