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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Feb 11. 2020

냄새

절대 숨길 수 없는 것


영화 기생충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이자 막바지 갑작스럽게 쿠엔틴 타란티노스러운 칼부림의 스파크로 작동한 '냄새'라는 단어. 우연히 지인의 페북을 통해 어느 작가의 냄새에 관한 글을 보고는 문득 내가 20대 초반 언제쯤 썼던 글이 생각나서 다시 찾아보았다. 그 시절 나는 냄새라는 말을 아주 자주 썼는데 코로 맡는 냄새가 아니라 온 몸으로 맡는 냄새를 얘기하고 싶을 때 자주 사용했다. 기생충에서나 어느 작가의 글, 그리고 내가 정의한 '냄새'는 서로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분모는 '절대 숨길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냄새'라는 단어를 자주 썼던 이유는 첫째로 그때 내가 느끼는 그것을 '냄새'라는 단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그렇다. 두 번째 이유가 '냄새'가 갖는 마법인데, 그 단어를 사용할 때 사람들은 꽤나 흥미로워했고 재미있어했고 심지어 농으로 받는 듯 했으나 동시에 그 깊이를 함께 느끼고 있었다. 


냄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먼 곳에, 수화기 너머에, 텍스트의 행간에 모두 있다. 


'저 남자는 냄새가 완전 다르다.'라던가 '저 여자는 너무 여자 냄새가 나서 사는 게 고달픈 것 같다.''여기는 냄새가 좋다.' 같은 말을 하면 누군가는 보이지도 않는데 구라 치지 말라고 하고 누군가는 '향기'라는 단어로 이해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변태 같다고도 하지만 그들은 내가 말하는 '냄새'가 무엇인지를 '냄새'로 느끼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그 단어를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쓰지는 않았지만 나는 지금 사람이나 사물 심지어 사건도 냄새로 느낀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이 글도 다듬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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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절대 숨길 수 없는 것


웃는 사람이 모두 진정 기쁜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은 '냄새'를 숨기기엔 역부족이다. 


그것에는 진심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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