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자산운용사에서 ‘AM’은 단순히 자산을 관리하는 일을 넘어섭니다. 시장의 흐름을 읽고, 투자자의 신뢰를 지키며, 공간의 가치를 새롭게 만드는 과정이죠. 이번 대화에서는 그 현장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김희준 자산관리본부장'의 이야기를 통해, 자산관리라는 일이 어떤 고민과 성과 속에서 이루어지는지 들여다보았습니다.
김희준 본부장 : 저는 2015년 코람코자산신탁 리츠 부문으로 이직하면서 부동산 자산운용 업계에 들어섰습니다. 이전에는 유통업계에서 10년 가까이 일했는데, 주말 근무가 잦고 보상 체계에도 한계가 있어 새로운 길을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마침 오피스 저층부를 리테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가 업계 전반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고, 제 경력과 잘 맞닿아 있어 과감히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입사 직후 연기금 블라인드 펀드 위탁운용사 선정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도 저에게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오피스 저층부 리테일 컨버전 아이디어를 제안해 좋은 평가를 받았고, 결과적으로 펀드는 내부수익률 20% 중반이라는 성과를 냈습니다. 지금도 그 기록은 해당 연기금 역사상 가장 높은 성과로 남아 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원칙을 깨달았고, 지금까지도 제 일의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김희준 본부장 : 현대아이파크몰과 롯데자산개발에서 보낸 10년은 저에게 ‘끈기’를 남겼습니다. 워라밸이 쉽지 않았던 환경이었지만, 그 속에서 버티고 끝까지 결과를 만들어내는 힘을 배웠습니다. 자산관리라는 일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보다 긴 호흡으로 끌고 가야 하는 만큼, 당시의 경험은 지금도 제게 큰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무기는 유통업에서 쌓은 ‘스페셜리티’입니다. 리테일 시장과 임대차 구조에 대한 이해는 지금도 제가 가진 전문성의 뿌리입니다. 부동산 금융업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곳입니다. 그래서 모든 걸 다 잘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하나의 분야에서는 확실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유통에서 다져온 경험이 바로 그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김희준 본부장 : 지난해 매각한 강남의 한 호텔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거둔 거래였지만, 진짜 의미는 따로 있었습니다. 자산을 보유한 5년 동안 투자자의 니즈를 세심히 파악하고, 단순 관리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그 결과 인정받은 보상이 특별 성과보수로 이어졌고, 이는 단순한 매각 성과 이상의 경험이 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얻은 교훈은 분명했습니다.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인 파트너십과 관계 형성이 더 큰 가치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자산관리는 숫자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해관계자와의 신뢰, 그리고 시간이 쌓아 올린 약속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