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와 말, 숨결을 맞추는 일

찻잎처럼 가볍고 단단하게 9화

by 이소연 Teana Lee


말등에 앉을 때마다 나는 새삼 깨닫는다.

살아 숨 쉬는 존재와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우면서도 어려운 일인지를.


말은 그 자체로 완전한 생명이다.

거대한 몸집 안에 담긴 힘과 속도는 압도적이지만,

동시에 나뭇잎 하나 스치는 소리에도 귀를 쫑긋 세우는 예민함을 지녔다.

내 마음의 미세한 떨림마저 온몸으로 읽어내는 섬세한 존재다.


그런 말과 하나가 되어 걷고 달리려면,

무엇보다 먼저 내가 변해야 한다.

마음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던 통제욕을 내려놓고,

앞서가려는 성급함도 버려야 한다.

심지어 두려움을 감추려는 무의식의 가면까지도 벗어던져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삐를 완전히 놓을 수는 없다.

특히 들판을 가로지르는 야외 승마에서는 더욱 그렇다.

울퉁불퉁한 길과 예측할 수 없는 순간들 앞에서,

때로는 내가 확고한 방향을 제시해야 하고,

때로는 말이 나보다 더 현명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믿고 맡겨야 한다.


명확한 기준과 부드러운 포용.

단호함과 유연함.

이 두 가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질 때,

말과 나는 마침내 하나의 호흡, 하나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차를 우리는 시간에도 같은 진리가 흐른다.


차 한 잔을 완성하는 일은

단순히 찻잎들을 섞어내는 기계적 작업이 아니다.

각각의 잎이 지닌 고유한 향과 맛을 세심하게 읽어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찻잎과 허브 하나하나가 품고 있는 개성과 가능성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차 만들기의 첫걸음이다.


물의 온도를 조절하고,

우림의 시간을 가늠하며,

각 재료들이 조화를 이루도록 균형을 잡는 일에는

분명한 원칙과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모든 기법의 바탕에는

찻잎 자체가 가진 자연스러운 흐름을 존중하고 따르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어떨 때는 정확한 계량과 엄밀한 통제가 필요하고,

어떨 때는 찻잎이 스스로 피어나는 향을 조용히 기다려주어야 한다.



말에게서,

그리고 차에게서

나는 삶의 소중한 가르침을 받는다.


생명을 다루는 모든 일에는

‘정확함’과 ‘품어줌’이 동시에 존재해야 한다는 것.


때로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때로는 상대방의 본성이 자연스럽게 발현될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주어야 한다는 것.


삶도 결국 그와 같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내가 추구하는 꿈을 향해 나아갈 때도,

가끔은 고삐를 당겨 방향을 잡아주고,

가끔은 고삐를 느슨히 풀어 함께 걸어가는 것.



통제하지도, 방관하지도 않으면서

함께 숨 쉬고, 함께 걸어가는 것.


그것이 내가 찻잎과 말에게서 배운,

살아있는 모든 것들과 더불어 사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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