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뭐라고, 그까짓 게 뭐라고

끝나지 않는 이야기와 나만의 새해

by 이소연 Teana Lee



오늘은 내 생일이다.


생일을 대단한 날로 여겨본 적은 많지 않다.

그저 한 해가 또 지나갔다는, 달력 위의 작은 표시일 뿐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다르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내게 생일 축하 인사를 전해왔다.

예전 강의에서 만났던 수강생이 바쁜 와중에도 진심을 담은 메시지를 보내왔고,

언제나 정중한 거래처 대표님께서도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셨다.

평소 존경하던 박사님까지도 나를 기억해 주셨고,

내 사랑스러운 남동생도 전화를 걸어왔다.


그 모든 축하들이 쌓이고 겹쳐지며, 오늘 하루가 참 이상하게도 행복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참 간사하고도 고마운 것이어서,

그 따뜻한 말 몇 마디에 이렇게도 웃을 수 있는 거구나 싶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마운 사람.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제자다. 벌써 6년째다.

내 생일이면 어김없이 정성스레 끓인 미역국에 잡채를 곁들여 건네온다.

그 꾸준함이 늘 새삼스럽고, 그래서 더 감사하다.


우린 늘 농담처럼 말하곤 한다.

“선생님, 제사도 제가 지내는 거 아니에요?”

그 말에 나는 늘 웃는다.

“당연하지. 우린 끝나지 않는 이야기야.”


진심 어린 농담, 농담 같은 진심.

그 말들이 서로를 단단하게 이어주는 끈이 된다.



나만의 새해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의 첫 번째 날이라는 생각으로,

나는 뭐든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 없는 하루였지만,

기분은 마치 세상이 새로 짜인 듯한 설렘으로 가득했다.

그 감정은 오늘 나에게 걸려온 모든 전화와 문자에도 영향을 미쳤다.


갑자기 전화해서 “잠시만!” 하다 끊어버린 남자친구의 전화도,

늘 바쁜 남동생의 전화도 감사했다.

보험회사의 상담 전화, 웅진 코디님의 스케줄 확인 전화,

심지어 내게 도착한 광고 메시지들까지—

오늘은 그 모든 것이 다 의미 있게 느껴졌다.


평소라면 귀찮다고 넘길 일도

오늘의 나는 고맙게 받아들였다.

그 모든 ‘연락’들이 나를 향한 우주의 응답처럼 느껴졌으니까.



생일이 뭐라고, 그까짓 게 뭐라고.


늘 그렇듯 별거 아닌 하루라고 생각했지만,

오늘 아침 눈을 뜨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간 힘들었던 일들이 오늘을 기점으로 모두 정리되고,

새롭고 좋은 기운들이 나를 향해온다면

그게 가장 큰 생일 선물이겠다.’


세상에 바라는 건 많지 않다.

그저 마음이 평온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갈 수 있다면.


그러니까 오늘은,

생일이 뭐라고, 그까짓 게 뭐라고.


하지만 참, 따뜻한 하루다.

그 따뜻함을 간직한 채,

나는 나만의 새해를 시작한다.



일상의 일들이 오늘따라 다르게 느껴진 건

단지 나만의 기분 탓일까?

아니면 정말로 무언가 달라진 걸까?


어쨌든 좋다.

오늘 같은 날이 있어서.

나이를 먹을수록 생일이 더더 흥미진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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