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략적HRD의 정의와 실천 방안은?
Q) 회사나 외부 교육을 다녀오면 다들 전략적HRD, 기업의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HRD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막상 적용하려니, 개념도 명확하지 않고 어떤 방법으로 접근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전략적 HRD란 말을 사용한 것은 굉장히 오래되었습니다. 1991년에 Garavan이 주장하였으니, 벌써 30년이 다 되어가네요. 성과중심HRD와 더불어 학자들이 예전부터 주야장천 주장하였지만,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는 대표적인 콘셉트입니다. 그럼 먼저 접근법을 알기 전에 정의부터 보고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전략적 HRD의 개념에 대해 최초로 주장한 Garavan은 전략적 HRD를 "개인의 지식과 기술을 극대화하여 활용함과 동시에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교육훈련 개발 그리고 관리 직무 관련 교육 활동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정의하였습니다. 이는 기존의 단순 교육훈련 중심의 HRD에서 조직의 목표 달성을 고려하는 성과중심의 HRD로 넘어가야 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 Gilley와 Maycunich는 1998년에 HRD성숙도라는 개념을 발표합니다. 조직의 HRD수준을 6단계로 구분하는 개념이죠. 이 역시 단순한 교육훈련 중심의 HRD가 아닌 성과중심의 HRD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자료는 아직도 HRD수준 진단을 할 때 많이 활용되는 듯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개념들을 종합하여 장윤정은 2013년에 다양한 학자들이 주장한 전략적 HRD의 주요 키워드를 뽑아냅니다. 이는 "전략연계", "전략실행", "통합", "구성원 변화 촉진", "HRD실행" 입니다. 이를 통해 전략적 HRD를 "조직의 전략과 관련하여 조직의 목표달성 성과향상 변화와 개인의 성장과 역량개발을 목적으로 하며 전략과 연계하여 전략실행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조직 시스템 전반과 통합하고 구성원들의 변화를 촉진하여 활동을 계획 운용하는 체계"로 정의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개념들을 종합한 정의이기 때문에 이 개념이 가장 적합한 듯합니다.
사실 거창해 보이지만, 제가 이전에 쓴 글에서 Jacobs와 조대연의 HRD의 정의도 이와 크게 다를 것은 없습니다. 전략이란 단어를 추가한 것 빼고는 조직 성과향상, 개인 성장, 구성원 변화 등 대부분의 개념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전략적이라는 단어를 앞에 붙인 이유가 있겠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이유가 가장 타당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1. 기존에 단순 반복 HRD활동에 대한 경각심 부여
HRD는 Input-Process-Output의 구조로 이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Input이란 제대로 된 요구분석 활동을 말합니다. ISD모형만 봐도 가장 앞 단계는 A(Analysis)로 시작되죠. 하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HRD담당자의 머릿속에서 뚝딱뚝딱 만든 프로그램이라던지, 별생각 없이 외부 강사나 업체만 잘 선정해서 만든 프로그램이라던지, 작년에 선배가 만든 프로그램을 그대로 사용한다던지와 같은 경우죠. 앞 단계가 잘 수행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 나오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이를 강조하기 위해 굳이 "전략적"이라는 단어를 넣은 것이지요. 회사의 전략적 방향성을 생각하고, 사업에 대한 이슈도 고려하고, CEO의 의중도 파악하고, 직원들의 성과 Gap도 찾아보고... 이러한 전략적이고 분석적인 활동을 사전에 수행하라는 개념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 개념이 나온 지 워낙 오래되다 보니, 대부분의 큰 회사들은 이미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충분히 이러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2. 전략적 파트너란 개념을 강조하여 HRD의 영향력 강화
학계든 실무자든 HRD를 하는 사람이라면, HRD는 조직 내에서 비중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HRM에 비하면 HRD의 영향력은 아주 미흡합니다. 인원 규모나 조직에 미치는 파급력이나 여러모로 부족하죠. 특히나 경영진이 HRD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HRD는 조직 내에서 힘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심지어 외주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꽤나 많습니다. 일부 회사는 이미 교육부분만 분사하여 아웃소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학계든 실무자든 조직 내에서 살아남는 방안을 강구해야 했습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전략적 파트너"라는 개념이죠. HRD는 기업의 전략적 방향을 고려해서 실시해야 하며, CEO의 오른팔이 되어 기업의 변화 촉진자가 되어야 한다... 뭐 이런 주장입니다. 덕분에 아직까지는 다들 HRD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 듯합니다.
위에서 말한 Garavan의 개념을 발전시켜 McCraken과 Wallace는 2000년에 전략적 HRD를 실시하기 위해 총 9가지 활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1) 조직 미션 및 목적 형성에 기여
2) 최고경영층의 리더십
3) HRD관점에서 고위 경영진의 환경 분석
4) HRD에 대한 전략/정책/계획
5) 일선 관리자와 전략적 파트너십
6) HRM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7) 교육담당자의 조직 변화 컨설턴트로서의 역할
8) 기업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
9) 비용 효과성 평가
어느 정도 공감이 되는 내용입니다. 요구분석 활동을 전략적으로 수행하고, 실제 성과에 기여하는 HRD를 만들기 위해서 대부분 필요한 내용들이죠. 재밌는 것은 기존의 전통적 학습적인 요소에 대한 내용은 없고, 조직 변화/문화에 대한 내용만 있네요. 전통적 프로그램 개발자도 중요한 활동이지만, 너무 당연히 해야 되는 활동이라 굳이 "전략적"의 개념에는 포함되지 않는 듯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개념을 다 안다고 해도, 실제 현장에서 활용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9가지 내용에 하나 씩 아래와 같이 반박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조직 미션 및 목적 형성에 기여
- 조직의 미션 및 목적 형성은 대부분 경영자가 책임지며, HRD에서 수행하지는 않습니다. 실제 업무도 HRD부서보다는 전략기획팀에서 수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 등을 통한 전파활동은 가능하능하겠지만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미미합니다.
2) 최고경영층의 리더십
- 리더가 HRD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그냥 "교육시켜"라는 한 마디로 인해 교육 프로그램이 만들어집니다. CLO정도가 있는 기업이 아니라면 대동소이할 듯합니다.
3) HRD관점에서 고위 경영진의 환경 분석
- 고위 경영진의 환경 분석과 관련된 자료를 입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략회의에 HRD부서는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자료를 수집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내용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현업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죠.
4) HRD에 대한 전략/정책/계획
- 이 부분은 그래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부분 같습니다. 하지만 HRD가 계획 없이 즉흥적이고 무계획적으로 경영진의 말 한마디에 움직이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5) 일선 관리자와 전략적 파트너십
- HRM에 비해서 HRD가 일선 관리자와 파트너십을 이루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연수원에 있거나 하면 현업과 멀어져 더 쉽지 않겠죠. 팀장 교육이 있을 때나 좀 친하기 지낼 수 있으려나요?
6) HRM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 HRM과 HRD가 팀이 분리되어 있는 경우, 자료가 공유가 안될 때가 많습니다. HRM입장에서는 민감한 자료이기 때문에 줄 수 없다는 것이죠. 또한 HRD쪽에서 실컷 제도를 만들어도 HRM에서 안된다고 한 마디 하면 그 제도는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7) 교육담당자의 조직 변화 컨설턴트로서의 역할
- 내부에서 조직 변화 컨설턴트 활동을 할 수 있는 HRD담당자가 우리나라에 몇이나 있을까요. 최근 스타트업 기업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수는 있습니다.
8) 기업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
- 7번과 동일합니다.
9) 비용 효과성 평가
- 담당자가 관련 지식을 모르는 경우, 현업에서 매우 귀찮아하는 경우, 위에서 아무 관심이 없는 경우 때문에 제대로 실시하기 어렵습니다.
이렇다 보니 기존에 하던 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뭔가 답답하지만 현실의 벽에 직시하기 되는 것이죠. 하지만 현업 HRD담당자는 이상과 현실을 조율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들겠지만 조직 내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자신에게도 의미가 있고, 조직에도 조금이나마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도 HRD 조직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조직 내에서 HRD에 대한 인식은 아직까지는 그냥 "교육하는 부서" 정도입니다. 그래도 조금씩이나마 전략적으로 일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활동은 꾸준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1) 전략/사업 관련 이슈 수집하기
- 다행히도 저희 팀장님은 경영회의에 자주 참석하셔서 전략보고서나 사업 관련 이슈를 잘 공유해주시는 편입니다. 이를 통해 선제적으로 HRD 관련 이슈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요 부분은 사실 담당자보다는 조직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듯하네요.
2) 현업 관련 용어 공부하기
- 현업을 모르면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탁상공론이다, 네가 현업을 해봤냐 등등... 그들과 같은 언어를 쓸 줄 안다면 적어도 무시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신문기사도 자주 보고 현업 교육자료들도 종종 살펴봅니다. 너무 기술적인 부분은 그래도 어렵더군요...
3) HRM부서와의 지속적인 교류
- HRM부서와 친해져야 자료도 받기 쉽고, 인원 관련 정보도 받기 쉽습니다. 교육제도를 만들 때도 인사와 연계해야 훨씬 파워풀해집니다. 항상 친하게 지냅시다.
4) 할 수 있는 부분만이라도 시도
-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부분이라도 시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예를 들면, 저 같은 경우는 코칭 프로그램을 시행할 때 제대로 된 프로세스를 밟아보고 싶었지만, 이미 업체/코치 선정/방법론 등이 모두 윗 단계에서 결정된 상태에서 제가 손을 댈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중간점검/성과평가와 같은 부분이라도 직접 해보겠다고 건의하였고, 다행히 별문제 없이 넘어가더군요.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에서 퍼실리테이션 기법을 활용할 수 있는 과정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손 쓸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멍 때리기보다는 스스로 뭔가라도 만들어서 하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쓸데없이 현업을 괴롭히는 일은 하면 안 되겠지만요.
이상적으로는 더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담당자가 직접 수행하기에는 쉽지 않습니다. 이 정도라도 직접 해보면서 전략적 HRD의 맛이라도 보는 게 나중을 위해서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분명히 언젠가는 높은 수준의 업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그때를 위해 칼을 갈아놓습니다.
- 이 부분도 한 번쯤은 고려해 보면 좋겠습니다. 인재개발팀이 별도로 연수원 형태로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현업과 멀리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전략적인 HRD를 수행할 수 있겠습니까? 인재개발원 같은 경우는 가치교육/리더십교육과 같은 공통적인 교육 외에는 실행하기가 힘듭니다. 진짜 전략적 HRD를 수행하려면 HRD부서는 현업과 밀접한 장소에 있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외국계기업은 HRBP형태로 아예 현업과 밀접하게 붙어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지금 집에서 떨어져 있는 인재개발원에 있어서 하는 말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