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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영 Sep 03. 2018

우리에게 행복을 만들어 주는 건

물빛을 따라 그저 함께 걸었지

How do you feel?


그저 가벼운 질문이었을 뿐이었다. 일주일간의 빡빡했던 출장 일정의 마무리쯤 우리는 몰디브의 해변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반쯤 넋을 잃었고 열정 넘쳤던 파바니가 잠깐 긴장을 놓았던 그때 작은 그늘의 조각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넋을 놓고 바다를 바라보느라 내 질문을 못들었나 싶었다. 그런데 볼에 조용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가볍게 인사로 하는 말인걸 알지만 요즘 그런 안부인사를 들으면 도무지 뭐라고 대답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최근 몇 년 사이 부모님이 연달아 돌아가시고 달 전에는 유일한 혈육인 오빠마저 사고로 세상을 떠나버린 후 지리한 유산상속 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막대한 유산, 부동산과 가족이 소유한 회사까지. 방콕과 인도를 오가며 변호사를 만나서 법률문제를 처리 하느라 슬픔에 제대로 빠져있을 새도 없었다고.


사람들은 백만달러가 행복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아냐. 내가 원하지 않는 책임감만 가득 지워줄 뿐이야. 나 혼자 남았는데 그런 많은 돈은 필요하지도 않아. 원한적도 없었지만 내 맘대로 버릴 수도 없어.


좀 쉬는게 어때? 너한텐 슬픔에 빠져있을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사실 일할 필요도 없잖아.


내가 말하자 파바니는 무어라도 집중할 다른 것이 필요할 뿐이라고 했다.


나는 언젠가 될 수만 있다면 위로를 잘하는 사람이길 소망했었다. 지금은 그게 무엇보다 힘든 일이라는 걸 안다. 그가 이야기를 다 쏟아내길 기다렸다가 몰디브의 해변을 같이 걷자고 제안했다. 바라만 보기엔 바다색이 너무 아름답지 않냐고.

우리는 발을 살짝 담갔고 파바니는 원한다면 자신의 개인 해변의 관리자로 임명해주겠다고 농을 쳤다. 바다색이 몰디브만큼 아름다운데 월급도 두둑히 준다고. 나는 적당하게 식은 바닷물을 살짝 튀겼고 우리는 다시 이전처럼 허리를 젖히며 시원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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