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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타이 Oct 20. 2023

4수 끝에 드디어 가진 쌍꺼풀

성형은 반칙일까요?

세 자매의 첫딸 S는 20대 때 쌍꺼풀 수술을 하고 와서 내게 말했다.

"반칙하는 기분이야"


모두 다 생긴 모습 그대로 살고 있는데 혼자만 쌍꺼풀을 가진 것이 어쩐지 부끄러워 서였을까? 반칙하는 기분이라고는 했으나 감추는 기색은 없다. 되려 못 알아보는 사람들에겐 묻기도 하는 거다.


"나 쌍꺼풀 했는데, 왜 말 안 해?"

반칙하고 저러는 이는 본 적이 없다.


쌍꺼풀을 유전적으로 가지고 태어날 확률이 32%에 불과한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에서는 원래 68%의 여성이 쌍꺼풀이 없어야 정상이나 쌍꺼풀이 유전적으로 우성이다 보니 결국은 타민족과의 유전자 싸움에서 외커풀은 점차 사라질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S의 가족은 순혈인지 S의 자매들은 모두 무쌍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길 기다리기엔 수명이 짧다. 살아생전 외커풀 눈이 대세가 되길 기다리는 우를 범하기보다 당장 눈을 부릅뜨고 싶다.  


S는 K-장녀의 소임을 다해 가장 먼저 찝었다.


S에 이어 50대 50으로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쌍꺼풀 찬반양론을 불러일으키던 S1도 누군가의 성공담을 듣다가 어딘가에 홀린 듯, 바로 그 자리에서 그 병원을 예약해서 바로 수술을 했다. 지금은 성형 앱도 있고, 3-5개씩 병원을 투어 하며 상담도 받아본다지만, 당시엔 비교하고 알아볼 곳도 없었다. 아니, 지금이라도 본인의 상황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여러 곳 상담을 받아보는 이와 오직 한 곳에 들러 바로 결제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어떤 기질적 차이, 어떤 믿음의 차이가 있을까? 기백만 원 투자해 구입하는 다른 어떤 구매품보다 더 충동적인 판단이다. 3년 입을 코트를 사도 그보다는 고민했으리. 어딘가 모르게 성형외과에 오면 만사가 다 귀찮아지는 사람들이 있는가 싶기도 하다.


자매는 만족했다. 예전엔 어딘지 모르게 수면부족처럼 보였는데, 이제는 좀 누군가를 힘주어 응시하는 똘똘한 기분이 들었다. S1은 가끔 코도 좀 만져볼까 생각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뾰족한 것이 더 도회적이지 않은가. 그러나 여전히 자신은 화장하기도 귀찮다.


화장이 귀찮은 사람들에게 성형이란 무엇일까? 성형과 화장 사이 어떤 연관성을 찾을 수 있을까?


S2는 아무래도 나도 자매들을 따라가야 할 것 같다. S1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미지 버린다. 니 이미지는 순둥이라고"

S2가 쌍꺼풀 수술을 하지 않는 것은 자매들의 반대와는 무관하다. 실은 S 때문이다.


S의 쌍꺼풀이 풀렸기 때문이다. S는 풀리자 또 찝었고, 결국 절개했으나 실패하여, 또 쨌다. 즉 4수 끝에 드디어 풀리지 않을 쌍꺼풀을 소장하게 되었다. S2는 어쩐지 귀찮은 것이구나 생각해 버린다.


S1은 무역회사에 다닌다. 한국에 오는 외국 바이어들은 십 년 전만 해도 치아 시술을 받으러 많이 왔다. 한국이 정교하고 빠르고 저렴해서였다. 이제 외국 바이어들은 성형 예약을 걸어놓고 방문하기도 한다. 올 때와 다른 얼굴로 출국하는 그들에게 크게 손을 흔든다.  


그들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냐는 내 말에 S1이 말한다.

"카오야 먹으러 북경 가고, 명품 사러 유럽 가고, 성형하러 한국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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