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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의 목 졸림 흉터를 보며

뭐가 중한디

by 마타이

그녀를 바라보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회의 자리에서 맞은편에 앉은 그녀를 보았을 때. 오늘도 여전히 마스크를 하고 있는 그녀다. 생각해 보니 맨 얼굴을 본 지 오래된 것 같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기도 지났는데. 감기에 걸렸다고 했던가. 참 오래도 낫지 않는군.


무심코 시선을 내리는데 그녀의 목에 선명하게 자리한 멍, 목을 졸린 듯 손가락 자국의 멍이 있다. 어쩐 일일까. 그녀의 남편은 아주 다정하고 섬세한 사람이라고 했는데,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착하디 착한 무딘 사람이라고 했는데.. 그녀는 누구에게 목을 졸린 것인가. 시부모님이 자주 오신다고 했는데 고부 갈등이 아주 조금 있다고 했는데… 그녀의 얼굴로 다시 시선이 간다. 그녀의 표정은 고요하다. 아무 일이 없는 듯 고요한 그녀의 얼굴 때문에 더 서글퍼진다. 밥벌이의 엄중함이 목에 멍을 매달고 와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인가.


내 설움까지 더해진다. 하필 회의는 한심하도록 길어지고, 나의 상념도 덩달아 깊어진다.


저리도 표정이 고요한 것이라면 아마도 남편과의 싸움 때문이 아닐 거다. 아이가 침대에서 자다가 굴러 떨어진 것은 아닐까. 아니, 어쩌면 아이와 장난치다가 아이가 잘못 목에 매달린 것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생길 멍의 모양이 아니다. 대체 무슨 일인고. 곰곰 생각한다. 그렇지만 평상시 그녀 성격이라면 아주 작은 상처만 나도 분명히 미주알고주알 고해바쳤을텐데 아무래도 너무 이상하다.


나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엔 ‘가정폭력’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아무래도 경찰에 신고가 필요한 상황인 것 같다.


회의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가려는 그녀를 붙들어 세운다.

무슨 일 있어요?

그녀는 아주 의아해한다.

아뇨 별일 없는데요.

목에 상처가 심해요. 무슨 일 있는 건지 걱정이 됩니다.

네? 보이나요?

네? 네 잘 보여요,

아 정말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아.. 이런 일은 외부 도움을 받아서라도

저 얼굴지흡받았어요

네?

아니… 이번 주에 중요한 미팅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어떻게 하시려고…

저도 이렇게까지 멍이 들 줄은 몰랐어요. 그냥 마스크만 하고 다니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미팅이나 마치고 하시지….

아 제가 정말 뭐에 홀렸는지, 갑자기 자극을 받아서. 마스크만 며칠하고 있음 된다고 생각했는데 멍이 목까지 내려올 줄은 정말 몰랐어요


엄청나게 부끄러워하며 사실을 털어놓는 그녀 앞에서 할 말을 잃은 나는 이것이 분명 불행 중 다행이나 대체 우리는 왜 이 모양 이 꼴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강남 일대를 휘젓고 다니는 붕대족들이 떠오른다. 그래 여긴 성형의 메카 강남이었지 매번 떠올리게 하는 그들, 얼굴에 붕대를 감고 거리의 태양아래 선 그들, 언젠가는 지하철역 앞에서 피주머니를 들고 가는 남자를 보고 오늘이 핼러윈인가 한참을 헤아려보았던 일도.


그래. 이 일이 뭐가 중한디. 어쩌면 개개인의 인생에서는 회사의 빅 이벤트보다는 자신의 얼굴살이 중한지도 모르겠다. 회사 일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도 어쩌면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집단의 가치가 개인의 가치보다 중요하다고 세뇌당하며 살아온 것일까…


악에 받쳐 일하다가 또 머리가 멍하다. 뭐가 중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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