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타이 Nov 08. 2023

다시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복귀

그런데 이런 우연이 있습니다

이제 듣고 계신 분도 많지 않은 것 같네요. 그치만 이 이야기를 계속 하려고 합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피해망상과 업무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으로 인해 정신과를 방문했고 폭세틴 10mg 일주일치를 처방받고, 5년 반만에 전화기를 끄고 5일짜리 해외 다이빙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약이 떨어진지 이틀이나 된 채로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귀국행 비행기를 탔는데요, 체감온도 35도가 넘는 필리핀 날씨에서 한국에 오니 10도 이하로 떨어진 날씨에 설상가상으로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더라고요.


게다가 귀국행 비행기는 난기류에 마구 흔들렸습니다. 또 생각했지요. 내가 만약 지금 이 상황에 항공기추락으로 죽게 된다면, 남아있는 내 가족들에게 경제적으로나마 조금은 힘이 될 수 있을까? 전 가족을 위해 죽을 생각이 1도 없는데,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돌이켜보면 자기연민처럼 한심스러운 것도 없습니다.


어쨌든 출근을 했어요. 제가 감정에 대해 아주 잘 표현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병이 걸리지도 않았겠지만, 어쨌거나 감정 묘사가 서툴러서 비슷한 고통을 겪어본 적 있는 분들에게 공감갈만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하지만, 원래는 울퉁불퉁한 표면이 매끄러워졌다기보다는 밋밋한 느낌이었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아주 밋밋한 마음으로 샤워를 하고 정장을 차려입고 출근길에 올랐습니다. 원래는 좀 더 다이내믹한 감정들을 느끼는 것 같은데요, 무맛의 무향의 기분이라는 것도 분명히 있더라고요.


출근을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메일이 쌓여있고, 제 보스는 아침부터 전화를 하더군요. 그것도 아주 사소한 일로요, 변하는 건 없었어요. 다만 제가 없어도 일은 돌아간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나없이 일이 돌아간다고 하여 내가 불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요.


그리고!! 이메일 중에!!

업무메일 운영회사에서 회신이 와있었습니다.

아 저는 메일 때문에 피해망상을 의심했었는데요,

https://brunch.co.kr/@mataee/22


회신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습니다.


ooo 소프트웨어지원팀 ooo 대리입니다. 

문의하신 읽지 않은 새 메일이 로그인할 때 마다 읽음 처리되어 있는 증상 건에 대하여 알려드립니다. 

타인의 무단 접근으로 의심되는 활동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접근 이력 파일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고객님께서 암호를 변경하신 뒤에는 따로 해당 증상은 없는 것 까지 확인하였습니다. PC 보안검사를 자주 진행하시고 위험한 파일은 제거하시기를 제안합니다.


와.....저 미치지 않았네요. 정말 누가 제 메일을 훔쳐본게 맞네요. 그것도 아주 대담하게. 제가 읽지 않은 메일까지. 


점심시간에 다시 병원에 갔는데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갔습니다.


"선생님, 저 미치지 않았대요. 누가 제 이메일 진짜 훔쳐봤대요. 와 진짜 뭐 이런 일이 다 있어요?"



자 저는 미치지 않은 걸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환상의 섬, 그리고 환장의 바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