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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타이 Oct 18. 2023

만날 때마다 외모지적질을 하는 친구에게 배웠다

이건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지어낸 게 아니다. 내겐 나보다 훨씬 못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만날 때마다 100% 내게 외모지적질을 하는 친구, C가 있다. 진짜다. 나는 제발 외모지적질 좀 하지 말라고 백번 넘게 말했으나, 그녀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하루는 정말 궁금해졌다. 그 자신감의 원천이. 그래서 물었다.


“대체 니 외모는 백 명 중에 몇 등이라고 생각하냐? “

“나? 65등”

“65등?”


내 생각에 그녀가 78등이라 되물은 건 아니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준비해 놓은 답을 말하듯 단호한 그녀의 답변에 되레 놀란 거다. 미리 생각해 본 것이 분명하다.


“응. 보통”


65등이 보통이라 생각해 본 적도 없기에, 35등부터는 열등감을 느끼는 것이 사회적 통념이라 여겨왔기에 그녀에게 되물었다.


“너 반에서 몇 등했어?”

자연스레 65등은 하위권이라는 것을 인지시키려고 했는데 그녀는 내신은 못했지만 모의고사는 잘 보는 편이었다며 변명을 늘어놓는 통에 다시 전략을 수정했다.


“65등이면 50등이 되고 싶지 않냐?”


“아니. 50등이나 65등이나 사는 게 큰 차이 없어. 30등이나 되면 모를까. 근데 현실은 50등 되는 것도 어렵거든. 고치려거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싹 다 갈아엎어야 하고. 유지는 머 공짜로 하나. 일단 시작하면 끝은 없어.”


뭐지. 1을 말하면, 2를 배우고, 결국엔 방정식과 싸우는 미래가 있다는 걸 아는 초딩 꼴찌 느낌이다.  


“뚱뚱해서 옷이 안 맞으면 속상하지 근데 그럼 뭐 해 살쪄도 나는 먹는데, 담날 일어나지 또 먹지. 그러고 나선 빅사이즈쇼핑몰을 찾는 거야. 내가 좋아하는 귀여운 원피스 많은 곳으로 “


말이 길어진다. 나도 그녀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보고 싶다.


"아 답답하네. 네가 아침에 일어나니 제니야. 행복하지 않겠냐?“

"돈도?"

"아니 돈은 아냐. 제니 되면 뭐 할래?“

"그럼 일단 크롭티에 스쿨룩 초미니 스커트를 입을래. 아니면 프릴 달린 원피스"

"그리고?"

"돌아다닐래. 거리를 지치도록 걸으면서 예쁜 척을 할래."

"그리고?"

"돌아다니다 지치면 집에 가야지. 신랑 기다린다."


결국 예뻐져봤자 예쁜 옷이나 좀 입고 예쁜 척이나 할 뿐 달라질건 없단거다. 근데 왜 자꾸 나만 보면 트집이냐고요.


"정국이와 오빠 중에 선택할 수 있다면?“

"제니 몸으로? 정국이. 내 몸이면 오빠한테 가야지."

"정국이가 너를 지금 모습 그대로 사랑해 준다면?“

"그럼 당연히 정국이지. 젊고 돈도 많은데."

"에라이. 열녀 행세가 3초를 못 가냐. 정국이가 받아주기만 하면 정국이네."


"누구나 다 지금과 다른 삶을 상상하지 않아?"

또 물타기를 시전 하는 그녀.


"나는 매일 밤 자기 전 현실가능성 제로만 골라서 상상해. 가능성 있는 건 상상 안 해 스트레스 쌓여.

자기 전까지 내일을 걱정하며 살아가고 싶지 않아. 그 안에서 나는 예쁘진 않지만 매력적이라 돌아보게 되는 애야. 도도하고 똑똑해. 막 5개 국어 하고. 로또 1등."


가능성의 고문을 피하라.


긁지 않은 복권이라는 말. 성형외과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누구나 1등 당첨을 꿈꾸며 매주 복권을 사지만, 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 5060분의 1이다.


그나저나 나는 C에게 언제까지 외모지적질을 당해야 하는 걸까?

그녀는 자기 전에 공상을 할 뿐인데 리얼한 외모와는 관계없이 더 당당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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