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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grim Mar 21. 2018

꽃샘추위, 겨울 탓이 아닐 수 있어

아침에 아들과 나눈 대화

나: 오늘 눈 올지도 모른다데. 꽃샘추위야.  

아들: 겨울이 왜 샘을 내지?

나: 겨울이 나 이대로 죽을 수 없어. 늬들 맛 좀 봐라~ 이런 맘일껄!

아들: 인디언 썸머는 그럼 여름이 화내는 건가?

나: 그럴지도?

아들: 음… 그럼 봄이랑 가을은 착한가? 봄이랑 가을이 변덕 부리는 걸 수도 있는데, 왜 여름하고 겨울 탓인 걸까?

나: 아… 그러게. 음, 봄이랑 가을은 성격이 애매해서 그럴지도 몰라. 덥지도 춥지도 않으니까.

아들: 성격이 애매한 사람이 착해 보이는 거랑 비슷한가 보네.



우리는 흔히 성격이 강한 사람을 강성(剛性)이라고 불러왔다. 겨울처럼 확실하게 냉정하고 차가운 사람, 여름처럼 뜨거운 열정과 열기로 가득한 사람들은 쉽게 ‘강성’이 된다. 반면, 봄과 가을처럼 적절히 따뜻하고 온화한 사람들을 부드러운 성격이라고 여긴다. 

꽃샘추위, 인디언썸머. 
춥고 더운 게 확실했던 겨울과 여름이 뒤늦은 사고 하나씩 치는 것으로 우리는 쉽게 여겨왔던지도 모른다. 언제나 추웠으니까 새삼 따뜻해지는 것을 시샘한다고 생각했고, 언제나 더웠으니까 서서히 시원해지는 것을 못 받아들인다며 겨울과 여름을 탓해 왔던지도 모른다. 

적당히 따뜻하거나 적당히 시원했던 봄과 가을은 “늘 좋은 계절”이었던 탓에 우리는 그들을 탓하지 않았다. 그러나 의외로 꽃샘추위도, 인디언썸머도 그저 봄과 가을의 ‘변덕’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변덕은 “비난”이 되지 않았던 것일 뿐.

우리의 성격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키워보면 알지만, 성장 중의 환경적인 요인도 중요하지만 태생적인 귀결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질적으로 ‘강한 성격’을 가졌던 이들은 그렇기에 살면서 봄가을처럼 온화한 기질의 사람들보다 많은 상처를 안고 살게 되더라. 


단지 자신은 싫은 게 싫다고 했을 뿐인데, 단지 자신은 영혼부터 뜨거운 것뿐인데, 사람들로부터 “너 때문이야”라는 핀잔에 마음을 다치기도 한다. 물에 술탄 듯, 술에 물탄 듯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변덕을 부려도 그것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

오늘의 눈보라와 추위가 그저 이대로 죽을 수 없겠다며 훼방을 놓는 겨울 탓이라 여겼던 나를 돌아본다. 타인의 기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넌 너무 강해서 탈이다”, “넌 너무 에너지가 많아”하며 쉽게 핀잔을 놓은 적은 없었는가.

아이의 시선에서 본 겨울과 여름의 억울함에 대해 새삼 돌아보는 날이다.



A Winter Story - Remedios (Love Letter OST) 

https://youtu.be/4YlWxDD3-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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