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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grim Apr 03. 2018

불러 줄까, 너를.

- 김춘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김춘수 <꽃> 


딱 이틀이었다. 저들이 저리도 불러달라 봉우리를 터뜨린 건. 

시인은 말했지,“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고. 

아니 아니어라. 시인아! 그것은 아니다. 

우리들은 모두 누구에게 무엇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누구와 상관없이 무엇이 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꽃이어라. 

봄날. 그 따뜻한 날. 결국 떨어질 꽃잎 쥐고 한 번 피어 보겠다는 무서운 욕망들. 

그래서 까짓거, 좋다. 꽃.

내년에도 너의 이름을 불러주마.


이 나무는 2년 뒤에 베어질 것이 예정된 재개발 단지 내의 44년된 나무입니다.

빅뱅 - 꽃길

https://youtu.be/wowAOdTYqw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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