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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grim Oct 28. 2017

잠 깨어 "문득, 멈춰 선다"

이제는 볼 수 없는 두 친구를 그리며

잠자는 숲 속의 여인도 아닌데, 지난 이틀 48시간 중  30여 시간을 수면으로 보낸 후에야, 몸의 열기가 다른 갈 길을 찾아 떠난 흔적이 보인다. 다만, 세상은 동화가 아니니까, 잠에서 깨었더니 모든 그리운 이들이 눈 앞에 있고, 모든 얽혔던 일들이 마법처럼 풀려있는 세상이 아닌 거다.

 

눈을 들어 밖을 보니 여전히 소인배들의 세상이다.

몸을 뉘어 돌아보니 여전히 서로 외롭다 아우성치는 들판이다.

안으로 보니 내 작아진 마음 작은 토닥임 하나 필요했다고 투정부리는 어린 아이다.

 

오늘 같은 날, 파전에 동동주 띄워 그들이 보고 싶어도 마주할  없는 때에는,

그들의 詩를 내어 읽는다.

 


문득 멈춰 선다.
가로수에 손을 얹는다.
귀를 기댄다.
살아있다.
너 거기 있구나.
길을 걷다 문득 멈춰 선다.
보도블럭 위에 무릎 꿇는다.
귀를 댄다.
들린다.
너 거기 있구나.
길을 걷다 문득 멈춰 선다.
비가 내린다. 흐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쓰다듬고 지나간다.
너 거기 있구나.
길을 걷가 문득 멈춰 선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뭉게뭉게 햇빛은 찬란하다.
너 거기 있구나.
나 힘들다.
한 바퀴 돌면 만날 수 있으려나 빙글빙글 돌아본다.
지구는 둥그니까 걷다보면 다시 너랑 만날 수 있으려나.
걷는다.
돈다.
숨쉬기는 쉽지만 살아있기는 어렵다.
눈물.
때가 되면 모두 바다로 흘러가지만, 구름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기는 어렵다.
누구는 잠을 자고 누구는 죽는다.
누구는 살아있으나 내 기억 속에 없고
누구는 죽어있으나 내 기억 속에 있다.


- 2013년 9월 14일.
- “故 황우성을 위한 추모시” 故 채홍덕이 쓰다.


Sinead O Connor "Danny Boy"

무반주 보컬의 진수

https://youtu.be/kSjvLG7IJ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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