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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grim Nov 04. 2017

초등 고학년,
미술학원 보낼까요 vs 말까요?

Q1: 초등 고학년, 미술학원 보낼까요 vs 말까요?

A: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면, 먼저 미술에 대한 부모와 아이의 입장은 어느 쪽인지 알아야 합니다. 이제 아래의 질문을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Q2: “미술 잘 하는 아이”는 어떤 아이입니까?


(1) 사물, 인물 등의 대상을 잘 따라 그려내고 표현할 줄 아는 아이
(2) 상상하여 그리기에 막힘이 없고 새로운 시도를 할 줄 아는 아이


어떻습니까? 둘 중에 하나를 고른다면 어느 쪽일까요? 


“아이가 미술학원에서 뭘 배워 오는지 모르겠네요. 전혀 사실적인 묘사도 안 되는 것 같고, 엉성하고 삐뚤빼뚤해요”… "수행평가를 위해서라도 명암이라든가, 데생이라는가 뭐 그런 거 배워야 하는 것 아닐까요?” 등의 입장이라면 아마 (1)번을 생각하셨을 겁니다. 앞서 올렸던 글에서처럼, 아이가 미술영재인데 미술 사교육이 창의력을 방해할까 걱정이신 분이라면 (2)번 쪽에 의미를 두고 있겠습니다.


그런데요, 똑같이 따라 그리기를 잘하는 아이의 두뇌 영역과 상상하여 그리기를 잘하는 아이의 두뇌 영역이 다르다는 것 아시나요? 


흔히 “미술 잘하는 아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1)번 아이, 즉 똑같이 따라 그리기를 잘하는 아이를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수학으로 치면 연산에 해당합니다. 시각정보에 대한 공간지각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후덜덜하게 따라 그려낼 줄 압니다. 여기에 손과 팔의 협응력도 잘 발달된 아이는 남들보다 일찍 잘 그립니다.

그러나 연산 잘한다고 수학이라는 학문에서 능력자일까요? 미술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술적인 부분은 입 벌어지게 잘 하는데, 막상 “상상해서 무언가를 그려봐”에서 힘이 빠지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간혹 어른들은 이를 두고 너무 기술적인 부분에 매달려서 아이의 창의력이 빠져나갔나 하고 오해를 합니다. 아닙니다. 수감각 좋고, 논리력 추론력이 강한 좌뇌형 아이들은 (1)번 아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영역 자체가 다릅니다. (1)번 형의 아이라고 무조건 미술 전공해서도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작 ‘쿵’하는 한 방이 있는 “작품”으로서의 그림을 그리는 아이는 (2)번 아이겠죠. 상상하여 그리기를 잘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인간인지 로봇인지 졸라맨인지 구분도 안 가는데 정작 자기 자신은 그림 가득 뭔 할 이야기가 그리도 많은지, 똑같이 따라 그리기 하라면 땀 흘리고 심지어 힘들다며 눈물 흘리는 아이인데, “그럼 늬 맘대로 해봐!”라는 말을 제일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2)번 아이들은 감수성 풍부하고 자유로운 사고에 친숙한 우뇌형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문제는, 현대미술에서 예술가로 보는 이 (2)번 아이들의 작품을, 이제 9살, 10살 되는 아이의 상상화를 “예술작품”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놀라운 상상력이 있다고 해서 “천부적인 화가”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눈코입의 묘사는 피카소처럼 해체주의적으로 제각기 따로 놀아도 그 정신과 의미만큼은 대단한 것 아니냐고 물으신다면, “네, 잘 했다고 칭찬해주세요. 그러나 이제 제 나이에 맞는 인체의 과학적, 해부학적 정보도 보여주시고 알려주세요"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추상화를 그려낸다고 천재 화가인 게 아닙니다. 이미 극사실주의에 가까울 만큼의 기본과 기술력을 가진 후의 추상화가 “의미”가 있음을 잊으면 안 됩니다.


모양과 형태가 틀렸다고 나무라며 야단치는 것도 금지사항입니다만, 아직은 뇌 발달이 완성되기 전인 10대 연령에는 주어진 과제를 앉아서 시도하고 노력하는 기본적인 인내심도 길러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마셔야 합니다. 


초등 고학년 아이, 미술학원을 계속 보내야 하는지, 이제는 끊어야 하는지 그 답은 이렇듯 아이의 성향마다, 상황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아이가 가르쳐 준다고 실력이 죽죽 늘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경우라면 초3 정도까지는 이상하고 웃기게 그려야 ‘정상’입니다. 그래서 초저학년 아이들에게 성급한 아웃풋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그러나 전두엽이 무르익어가는 4~5학년 무렵부터는 사람을 그린 다고 했을 때, 최소한의 인체에 대한 구조적이고 해부학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그리기 때문에, 이 기술은 미술 재능 이전에 논리 구성력의 영역입니다. 만 10세 이후면 슬슬 “사람다운 형태”가 나와줘야 맞습니다. 


이 나이부터는 지도하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어떤 부분을 놓치고 있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표현하면 쉬운지 등에 대해 “학습”이 가능합니다. (인체, 사물 그리기 훈련 정도라면 꼭 선생이나 학원이 필요한 것도 아닐 수 있어요. 각종 따라 그리기 온라인 프로그램이나 책의 힘을 빌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초등 고학년이 되면 영어, 수학 등 학습 학원의 필요도 늘어나면서 아이의 스케줄에 대한 고민이 생기죠. 아이가 가뜩이나 다니는 학원 많은 경우, 미술학원은 말 그대로 “실내 놀이방”이 됩니다. 제대로 이젤 앞에 앉거나 1시간 정도는 궁둥이 딱 붙이고 있어야 ‘학습’이 되는데, 문제는 아이 자신이 “여기는 노는 곳”이라고만 이해하기 쉽습니다. 비록 아이와 부모 모두가 미술을 진로방향에 둘 생각은 없더라도 미술학원이 아이에게 “스트레스 해소의 출구”가 된다면 이 또한 순기능으로서 옳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만, 이 경우 아이의 정서적인 해소에만 학원 보내기의 목적을 두시기 바랍니다.


아이가 너무 재주가 없어서 중고등의 수행평가를 대비하며 조금 준비시켜주고 싶으시다면 제대로 ‘학습’시켜줄 곳을 잘 찾으셔야 합니다. 일반적인 초등 대상 미술학원에서 선생은 아이를 “가르치고” 싶어 할지라도, 아이가 “놀이방”으로 이해하면 그 아웃풋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유로운 미술학원 분위기를 해방감으로 느끼는 아이를 굳이 앉혀놓고 집중하라는 것은 선생님 탓이 아니라, 놀고 싶은 아이를 에버랜드에 앉혀놓고 수학과외하는 격입니다. 


선생 입장에서 보자면, 4~5학년 이상부터는 “즤가 좋아서 그림 배우고 싶어 하고 그리기 좋아하는 아이”는 딱 보입니다. 쉽게 말해서 미술대학에 진학이 유리한 아이들은 이때부터 보입니다. (주의사항!! 대한민국 입시 현실에서 보자면 미대 진출 가능성이 높다 뿐이지, 공대-의대 출신도 예술가 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아이 본인의 의지와 궁둥이 힘이 된다면 아이의 진로로 고려해 볼 만한 겁니다.


초등 저학년, 3학년 정도까지는 “미술학원에서의 모든 놀이 활동”이 학습 자극이든, 정서 자극이든 실질적으로 두뇌발달에 자극을 주는 요소가 있습니다. 


그러나 초4부터는 막연한 자극보다는 아이에게 맞는 “맞춤형 자극”에 한 번 더 고민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의 성향이 위 질문의 (1)번인지 (2)번인지 잘 찾아보시면 될 듯합니다. 학원 가고 말고 또한 이 안에서 잘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정은지, “하늘바라기”

https://youtu.be/nzDO6tAB6ng

꽃 잎이 내 맘을 흔들고 꽃 잎이 내 눈을 적시고 

아름다운 기억 푸른 하늘만 바라본다

꼬마야 약해지지마 슬픔을 혼자 안고 살지는 마 

아빠야 어디를 가야 당신의 마음처럼 살 수 있을까 

가장 큰 별이 보이는 우리 동네 따뜻한 햇살 꽃이 피는 봄에

그댈 위로해요 그댈 사랑해요 그대만의 노래로 

하늘바라기 하늘만 멍하니 

가장 큰 하늘이 있잖아 그대가 내 하늘이잖아

후회 없는 삶들 가난했던 추억 난 행복했다 

아빠야 약해지지마 빗속을 걸어도 난 감사하니깐 

아빠야 어디를 가야 당신의 마음처럼 살 수 있을까 

가장 큰 별이 보이는 우리 동네 따뜻한 햇살 꽃이 피는 봄에

그댈 위로해요 그댈 사랑해요 그대만의 노래로 

따뜻한 바람이 부는 봄 내음 그대와 이 길을 함께 걷네 

아련한 내 맘이 겨우 닿는 곳에 익숙한 골목 뒤에 숨어있다가

그대 오기만 오기만 기다린 그때가 자꾸만 떠올라

가장 큰 별이 보이는 우리 동네 따뜻한 햇살 꽃이 피는 봄에

그댈 위로해요 그댈 사랑해요 그대만의 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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