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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grim Jan 13. 2018

가스나야! 머스마야!

- 어린 자녀와 詩 읽기

성독(聲讀)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도 몇 번 말씀드렸지만, 또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효과적인 정독(精讀) 방법 중에 소리 내어 읽기 만한 것이 없습니다. 아직 집중력이 짧은 어린아이들에게는 그 때문에 동시가 좋습니다. 


큰 아이가 5개월 무렵부터 시작하여 둘째가 스스로 책을 집어 눈으로 더 빨리 보고 싶어 하던 때까지, 약 6년을 매일 아이들을 양 쪽에 끼고 소리 내어 책을 읽어 주었습니다. 이런저런 책을 함께 보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는데, 유독 숨 넘어가게 까르르~  웃으며 즐거워했던 시 한 편 소개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누워 권정생 님의 <쑥절편>을 나누어 읽어 보세요. 특히 후렴처럼 붙어 있는 “가스나아야!” 부분은 아이(들) 더러 큰 소리로 외쳐보라 시켜보면, 세상 뭐가 그렇게 또 즐거운지 환한 미소로 외칩니다. “가스나아야! 아하하하!” 


못 믿으시겠다면, 오늘 저녁 아이와 나란히 앉아 2분만 함께 소리 내어 읽어 보시죠. 아, 물론 구수한 경상도식 사투리로 흥을 돋워 주는 건 어른의 몫! 



늬 이름을 잊았부렀다

다만 탱자나뭇집

가스난 줄밲이 모온다


그라곤

고것 말있다

한창 보리고갯때

칡뿌리떡 쫌 안 준다꼬

쌈한 뒤

상굿 말 안 하고 지난

가스나아야!


보리알이 누우런

단옷날

귀땅머리에 창포꽃 따 꽂고

옥색 저고리

이쁘장하게 꾸미고

그넷줄 느티나무에

기대 선 내한테

가스나아야!


쑥절편 한 쪼가리

뺄죽 내밀맨서

깜빡거리던 두 눈

가스나아야!


고게 정녕

칡뿌리떡 값은

아니었겠지

그새

앵두나무 밑에서

사리사리 엮어뒀던

가스나아야!


늬 마음

모두를 내민 거지

가스나아야!


- 권정생「쑥절편」, 『동시 삼베 치마』




샌드아트 국악태교 '사랑하는 우리 아가' M/V (음악그룹 놀이터)

https://youtu.be/NQKvxsxJih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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