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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니 Mar 07. 2024

9) 좌표 평면: 수학을 어따 쓰냐뇨

공간을 수로, 공간 위의 모든 것을 숫자로

앞선 챕터들에서 지금까지 당신이 수학을 포기하게 만드는 요건들 몇 가지를 살펴봤다. 그전까지 배우던 수학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제창된 아주 새로운 개념이거나, 그 표현이나 개념이 아주 낯설 때, 또 그것을 익히기 위해 꽤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할 때 우리는 수학을 포기하게 된다. 좌표 평면은 저 모든 요건에 해당한다. 데카르트가 천장의 파리의 위치를 특정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좌표 평면, 그것은 숫자와 공간을 연결하는 대단히 독창적인 생각이다. 좌표평면을 통해 풀어야 하는 문제들은 그것이 없을 때의 수학과는 전혀 다르게 좌표, 그래프와 같은 새로운 개념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당신은 조금 의아할지 모르겠다.


"어.. 그래도 좌표 평면은 그렇게 안 어려웠는데?"


그렇다. 예상컨대 좌표 평면에서 난 수학을 포기했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좌표 평면은 당신이 수학을 포기하게 만드는 계기라기보다는 당신이 수학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오늘은 좌표 평면에 대해 말하며 당신이 수학을 포기해서는 안되었던 이유를 말해보고자 한다. 


먼저 좌표 평면이 저렇게도 새롭고 중요한 개념임에도 어렵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를 살펴보자. 좌표 평면은 말 그대로 평면 위에 두 개의 기준 축을 두어 평면 위의 점이나 그래프를 숫자, 좌표로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좌표 평면이 쉽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전의 수학은 기호와 논리로 전개되는 추상적 영역의 학문이었다면, 좌표 평면이 열어내는 수학은 해석 기하로 우리가 시각이라는 감각을 통해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좌표 평면이 무엇인지 선생님이 그려주는 즉시 그것을 '보고' 알 수 있다. 이것은 우리의 이해를 너무나도 빠르게 만들어주며 그것이 새로운 개념이건 중요한 개념이건 간에 알기 쉽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이것은 판도라의 상자이다.


좌표 평면이 공간을 수와 연결 시키는 순간. 모든 공간에 표현되던 것들이 수와 연결 된다. 따라서 좌표평면은 온갖 과학과 공학의 기초가 수학이 되게 하고, 이 어려운 수학을 기초 학문으로 자리 잡게 만든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보자. 공을 세게 차면 멀리 날아갔고, 살살 차면 조금 날아갔다. 이것은 과학적 관찰이지만 그 자체로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공을 세게 찼을 때 공이 날아간 거리를 재기 시작한다면, 또 날아간 궤적의 높이를 재기 시작한다면, 공의 궤적을 시간에 따라 표현한다면! 그것은 물리 시간에 주야장천 배워야 하는 뉴턴 법칙과 연결되며 좌표 평면은 그것을 해석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장치가 된다.


"아 난 그래서 이과 안 갔어!"


당신의 변명이 바뀐 순간 더는 필자도 당신을 설득할 수 없다. 그걸 배워서 어디에 쓴다고! 가 아니라 배워서 쓸 데가 있는 것을 알지만 난 하고 싶지 않았다면 그것은 정말 포기한 것이 맞다. 독자들을 자극하고자 쓴 말은 아니다. 처음에 말했듯 필자도 그렇고 세상 대부분의 사람은 어느 지점에선가 수학을 포기한다. 아 나는 저런 거 더 이상 꼴도 보기 싫으니까 더 하기 싫다고 말이다. 그것이 문이과를 나누던 시점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결국 수포자가 된다.


하지만 돌아설 때 돌아서더라도 우리가 어디서 멈춰 섰는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좌표평면이 과학과 공학의 기초가 된 것처럼 당신이 수학을 포기했던 순간 보고 있던 문제도 결국 어디선가는 다 실제로 활용되는 개념이다. 그 개념들이 사실 어디서 쓰일 수 있었는지 한 번쯤 다시 되새긴다면, 직접 다시 수학을 배우지는 않더라도 그 방대하고도 강력한 지식을 언제 빌려오면 좋을지 알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은 당신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러니 당신이 수포자였다며 치를 떨지 말고 다시 한번만 천천히 당신의 수학책을 펴고 내 질문에 답해보길 바란다. 당신이 수학을 포기했던 때는 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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