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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니 Feb 17. 2024

7) 등호: 등호는 '는'과 달라요!

산수에서 또 한걸음 내딛기

"등호는 양변이 같다는 의미입니다."


어? 저거 그냥 '는'인데? 왜 갑자기 다시 이름을 붙이는 걸까? 바로 이 '는'이 등호가 되고, 당신이 그 의미를 통해 수학적 논리를 전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당신은 산수에서 완전히 벗어나 진정한 수학의 세계로 발 디딜 수 있다. 물론 등호, 등식은 비교적 개념도 간단하고 그 이전의 교육과정에서도 충분히 많이 접해볼 수 있기에 수학을 포기하게 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필자는 당신이 그전까지 사용하던 '는'의 의미의 등호와 중학 교육 과정에서 요구하고 가르치는 등호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본다. 


" 3 + 5 =  8 , 삼 더하기 오는 팔"


초등 교육과정에서 저 덧셈을 배우며 위처럼 기호로 나타내고 읽는 법을 배울 때를 떠올려보자. 대부분은 등호 왼쪽의 덧셈에 초점을 두었을 것이다. 그리고 덧셈 이후의 곱셈, 나눗셈, 분수 등등 많은 개념을 배울 때에도 등호는 그저 맨 마지막에 그래서 그것은('는') 어떤 답이다!라는 결과물을 적는 칸 앞에 적는 기호에 불과했다. 즉, 이 과정까지의 등호의 역할은 지금까지 배운 수학적 연산을 수행하고 결과를 적기 전의 마지막 '절차'이자 '답을 적는 칸' 정도의 의미에 불과했다는 말이다.

 

등호가 사실 어떤 의미를 갖는 기호이다라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 우리는 이 '는'에서 벗어나야 한다. '는'은 아주 훌륭한 우리말로 어느 정도 단어 앞뒤가 같다는 의미를 포함하는 간결한 어휘이기에, 위의 '삼 더하기 오는 팔'을 배울 때에는 쉽게 등호의 의미를 짐작하며 익숙하게 해 준다. 하지만 그것에서 나아가 실질적으로 등호의 양 변이 같다는 의미까지는 충분히 강조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등호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절차'와 '순서'에서 벗어나서 생각해 보면 된다. 그리고 이 둘에서 벗어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거꾸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삼 더하기 오는 팔'에서 '아 그래 삼 더하기 오를 하면 팔이 되니까 등호가 같다는 의미라고? 알았어 그렇구나' 정도가 아니라, '아 등호가 같다는 의미이니까 팔도 삼 더하기 오랑 결과가 같다는 의미구나'라고 순서를 뒤집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예시가 간단한 덧셈이어서 와닿지 않다면 다음으로 넘어가 보면 된다. 


"방정식? 항등식? 이게 다 뭔데!"


갑자기 등식을 배우자마자 당신이 맞닥뜨릴 벽은 저기에 있다. 물론 단어부터가 한자어라 낯섦에서 오는 문제도 깊겠지만, 방정식과 항등식은 기본적으로 등식이기에 당신은 저 둘을 배우기 위해서는 사실 등식 즉, 등호부터 '는'에서 벗어나서 이해했어야 한다. 방정식과 항등식은 기본적으로 등호가 어떤 상황에서 성립하는지를 따져 물으며 생겨나는 개념인데 등호가 그저 산수 절차의 결과물을 적기 위해 쓰는 기호여서는 이 둘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등호는 '수학적 증명'을 위한 가장 기본 도구이다. 어떤 수학적 명제가 수식을 통해 서로 같거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는 등호를 통해 이어지는 수많은 수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따라가야 한다. 수많은 등호들은 연결된 수식들이 '같다'라는 명확한 논리에 기반했음을 보여주기에 수학적 명제들을 틀림없는 진리가 된다. 이와 같은 연역적 사고 과정을 거치는 수학적 증명의 과정이야 말로 수학적 논리의 정수이자 꽃이 아닐까? 그 첫 발자국에 등호가 있다. 혹여 흥미가 간다면 오늘 한 번 등호의 의미를 곰곰 다시 생각하며 수학책을 들여다본다면 포기했던 당신의 수학이 한 발자국 내딛음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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