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문자의 사용 : 왜 수학에 알파벳을 쓰냐고!
낯선 기호와 친해지기
"왜 수학에 알파벳을 쓰냐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내가 뱉었던 대사 그대로이다. 어쩌면 나도 진짜 저 때 수학을 포기할 뻔했던 게 아닐까? 수학에 x, y 미지수가 등장하는 순간 수학은 그전에 내가 알던 수학과 달라진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자. 정말 수학이 달라졌을까? 우리는 숫자 10을 쓰며 이미 새로운 기호와 약속을 통해 수학의 개념을 넓혔다. 0에서 1을 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듯 기존 개념의 한계를 알게 될 때도 있었고, 그 사이 과정에서 음수 간의 곱셈을 정의하며 새로운 개념을 기존 수학에 적용하는 방법도 익혔다. 미지수가 도입과 이를 다루고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도 저 흐름에서 벗어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 알파벳들이 덧셈 뺄셈 기호들과 섞여 있는 꼴은 참 정이 가지 않는다. 왜일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저 정말 낯설기 때문이다! 미지수를 포함한 수식과 계산은 실생활에서 볼 일은 전혀 없다. 그전까지는 필요해본 적도 없고 아라비아 숫자처럼 주변에서 숨 쉬듯 볼 수 있던 것도 아닌 미지수 x, y를 처음 맞닥뜨렸을 때의 낯섦과 거부감은 질적으로 다르다! 그리고 심지어 이 낯섦은 수학을 배우는 내내 학습자를 괴롭힌다. 리미트, 시그마, 미분 기호, 적분 기호, 라플라스 트랜스폼, 푸리에 트랜스폼!!! 끊임없이 수학 기호는 정의되고 우리는 그것이 생겨난 배경과 의미 그리고 쓰임새를 계속해서 배워야 한다. 저걸 배우는 흐름을 놓친 채 어느 순간 낯선 기호들이 잔뜩인 수학 문제들을 보고 있자면 오늘도 같은 말을 내뱉게 된다.
"저걸 배워다 실생활에 어디다 쓴다고!!"
짜증이 치미는 것은 필자도 백분 이해하는 바이다. 이전 글에서 말했듯 필자도 이 글을 읽는 독자도 모두 어디선가부터 수학을 포기한 수포자이므로...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당신이 수학 계열을 전공하지 않았다면 당신이 현실에 쓰이지 않을 수학을 배운 적도 없을 것이라는 게 부정하고 싶은 사실이다. 다 쓸데가 있다... 그리고 오히려 심지어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실생활 쪽이며! 그것을 간단하고 명료하게 표현하려 애쓰는 쪽이 수학이다! 예를 들어보자.
"어제 샀던 1000원짜리 주식 3주를 오늘 900원으로 떨어져서 추가 매입을 통해 평균 단가를 920원에 맞추려면 얼마나 사야 할까?"
만약 당신이 미지수를 사용한 방정식 풀기에 익숙지 않다면 저 문제를 맞히기 쓸 수 있는 방법은 적당한 값을 넣어보며 정답을 찾는 것이며, 이것은 일정한 절차를 거치는 방정식을 푸는 과정과 달리 추리의 문제이다. 이 예시에서 볼 수 있듯 자칫 추상적 일지 모를 복잡한 현실의 문제를 명확한 표현으로 바꾸고 풀어나가는 방법을 우리는 수학을 통해 배운다. 어쩌면 수학이 가장 간단하다는 말이다.
그리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이 낯섦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 낯섦에 대한 문제의 해답은 간단하다. 그냥 낯이 익을 때까지 자주 보고 익숙해지면 된다! 결국 또 공부를 하라는 말이냐겠지만 이번엔 조금 달라도 된다. 이런 종류의 낯섦은 그저 진짜 그 거부감만 지우고 천천히 들여다보면 될 문제이니 마음만 조금 먼저 달래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첨언하자면, 어쩌면 이런 부분들에서 교육자분들이 효과적으로 애써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학생들의 막연한 거부감만 덜어준다면 적어도 낯선 기호와 친해지지 못해 생기는 수학의 문턱은 덜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