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대한 수학적 정의
함수는 어려울 것이 하나 없는 개념이다. 그런데 크게 세 가지 부분이 함수를 괜스레 다가가고 싶지 않은 수학적 개념으로 만든다. 하나는 함수라는 말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며, 둘째는 함수를 배우는 배경이 집합과 연계되어있던 탓이고, 셋째는 함수를 배우고 난 이후의 교과과정이 너무 급격하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함수? 그게 무슨 말 이래??"
함수(函數)의 함(函) 자는 상자에 해당하는 말이라고 한다. 처음 알았다. 변수를 담고 있는 상자와 같은 식 뭐 그런 의미라고 한다. 수학적 용어들이 한자어로 되어 있어서 현대 한국어 사용자 대부분에게 직관적 이해를 주지 못하는 것이 흔하긴 하지만, 필자는 왜인지 이 함수라는 용어가 가장 마음에 안 든다. 함수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누가 뭐래도 관계다. 함수는 그 이름을 붙일 때 적어도 관계라는 개념을 전달하기 쉬운 말이 되도록 했어야 하지 않을까 푸념해 본다. 이처럼 함수라는 말 자체가 두 변수 간의 관계라는 뜻을 전달하기에 어렵다는 점 이것이 함수가 괜스레 어려워지는 첫 번째 이유다.
"정의역? 치역? 공역??"
다행히 교과과정이 바뀌어서 위와 같은 집합에서 나오는 용어는 요즘 학생들은 배우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당신이 교과과정이 바뀌기 전의 세대라면 함수를 배우며 저 용어들을 배웠던 기억이 분명 있을 것이다. 저 집합적 개념들이 나오게 되는 배경은 그래도 나름 근거가 있다. 함수는 두 변수 사이의 관계이고 그 변수가 어디서 어디까지 변화할 수 있는지를 분명히 하는 것은 수학에서 분명 중요한 일이기에, 정의역이니 치역이니 공역이니 하는 집합적 개념을 배경을 바탕으로 가르쳐보자라는 발상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수학을 학문적 관점에서 분류할 때에도 집합을 주로 다루는 수리논리학이나 집합론과 함수를 주로 다루는 해석학과 같은 분야는 구분되어 있을 만큼 두 분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그렇기에 집합적 개념을 바탕으로 함수를 배웠던 세대들의 교과과정도 그 이후로는 집합과는 큰 관계없이 해석학의 범주 내에서 전개된다. 아마 당신이 해당 교과과정을 거치며 함수가 어려웠다면 이처럼 매끄럽지 못하게 함수를 집합과 연결하여 배운 탓도 있을 것이다.
"그래프, 일차함수, 이차함수......"
다음으로 함수가 어려운 이유는 함수를 배우자마자 이를 응용한 개념들이 쏟아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함수는 그 자체로는 변수와 변수의 관계이다. 하지만 그래프가 들어오면 이것은 해석기하의 영역이 된다. 또 일차함수가 어쩌고 시작하면 바로 기울기와 절편이 튀어나온다. 이러한 개념들은 함수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고 배웠어야 하는 개념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럼 네가 함수를 설명해 봐라!"
나는 반비례 함수를 답으로 내놓고 싶다. 정비례 함수도 아니고 반비례 함수를? 하고 의아한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반비례 함수는 함수의 개념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예시이다. 반비례 함수는 사실 두 변수의 곱이 일정하다는 관계를 수학적 함수로 나타낸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반비례 함수를 듣자마자 y=a/x와 그것을 그려놓은 개형부터 생각났다면 이러한 생각을 해본 적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 함수꼴에서 x만 양변에 슬쩍 곱해서 써놓으면 반비례 함수의 의미가 바로 드러난다.
"xy=a"
두 수의 곱이 a인 관계. 물론 저런 형태로 함수를 표현하지 않는 데에도 나름 다 이유가 있다. 저런 형태의 함수를 우리는 음함수라 부르며 일반적인 교과과정에서 선호하지 않는 형태이고 이후 함수를 통해 그래프를 그리고 근을 구하고 하는 과정에서 불리한 형태이다. 하지만 함수라는 개념을 배울 때만큼은 저런 형태의 함수도 한 번쯤 생각해 봤다면 함수가 무엇인지 다음과 같은 쉬운 예시를 통해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돈이 총 5000원 있는데, 1000원짜리 간식을 사면 5개 살 수 있고 2500원짜리 간식을 사면 2개 살 수 있어. 간식의 가격(x)과 간식의 개수(y)가 바로 반비례 함수로 표현할 수 있는 관계에 있는 거야! xy=5000처럼 말이지. 간식의 개수를 간식의 가격을 통해 알고 싶다면 y=5000/x로 표현해서 더 쉽게 나타낼 수 있단다.
함수를 쉽게 설명해 보려는 필자의 대답이 많은 독자들의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가장 말하고 싶었던 부분은 함수는 관계라는 개념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함수의 본질이며 이 부분을 놓친다면 두 수의 관계를 수학적으로 정의하며 다시금 확장되는 수학적 개념의 파도 속에 당신은 또 한 번 수학을 포기할 위기에 처하게 될지 모른다. 함수는 단순히 관계이다, 함수는 멀리 있지 않다. 여기에 초점을 두고 함수를 통해 전개되는 수학에 다시 도전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