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학을 포기했던 순간
필자는 공학을 전공했다. 필자에게 공학자로서 수학은 혐오보다 경외의 대상이다. 어떤 문제를 공학적으로 풀 때 아 이거는 어떻다라고 수학적으로 증명되어 있는 명제가 있다면. 그만큼 든든하고 감사한 말이 또 없다. 하지만 필자 역시 그 수학을 직접 다 풀기에는 여러 번의 벽에 부딪혀 이제는 더 이상 수학을 직접 공부하지는 않는다. 내가 수학을 포기했던 순간을 몇 개만 적으며 이번 집필을 마칠까 한다.
"지수함수도 좋고, 행렬도 좋은데, 지수함수 위에 행렬이 있으면 도망쳐!"
수학을 전공하던 친한 형이 해준 말이었다. 통계역학이었나 머신러닝 기본 이론이었나 이제는 잘 기억도 안 나지만 지수함수 위에 매트릭스를 올려 뭔가를 전개하는 식은 정말 끔찍하리만치 복잡했던 기억이 있다. 이것도 열심히 문제를 풀고 익숙해졌다면 나도 더 많은 것들을 공부할 수 있었겠지만.. 우선 나중으로 미뤘다.
"푸리에 변환을 응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예시는 넓이가 일정한 도형 중 둘레가 가장 작은 것은 원이다라는 명제를 쉽게 증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 이건 조금 다른 얘기인 것 같은데, 수학과 전공 수업을 멋모르고 들었을 때의 얘기이다. 순수 수학의 관점은 꽤나 다르구나를 느낄 수 있던 때인데, 필자는 당연히 응용이라 해서 신호처리나 하다 못해 미분 방정식 얘기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기하학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것들 말고도 진짜 통계역학 시간에 온갖 오퍼레이터를 배웠을 때도 참 끔찍했고, 사실 비교적 쉬운 개념이라 조금 부끄럽지만 복소평면과 허수 개념에 대해서도 필자는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글을 쓰며 쉬운 수학 얘기로 이렇다 저렇다 했지만, 새삼 필자 스스로의 관점에서 돌아보니 참 수학을 열심히 배운다는 것은 여전히 어렵고 하기 싫은 일이구나 싶다.
하지만 독자들이 이 짧은 글 몇 편으로 누구나에게나 수학은 어려운 학문이라는 위안을 주고, 그것을 어떻게 배워나가야 하고 그것을 배웠을 때 어떤 힘을 갖는지 전달 할 수 있었다면 의미 있던 집필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