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사칙연산 (2) : 콩 한쪽도 나눠서!
역연산이 넓혀내는 수학의 지평
지난 장에서 뺄셈은 기본적으로 역연산이기에 덧셈보다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장에서는 나눗셈에 대해 말하며 역연산이 조금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는 경우에 대해 말할까 한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우리는 나눗셈을 나눠야 한다(!) 무슨 말장난 같은 말인가 싶겠지만, 나눗셈은 사실 두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처음 배웠을 나눗셈은 이런 것이다.
"9를 4로 나눠볼까요? 자 여기 동그란 보따리 네 개에 콩 아홉 개를 하나씩 다른 곳에 넣어볼까요? 총 몇 개가 들어가고 몇 개가 남나요?"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 알겠는가? 몫과 나머지가 있는 나눗셈. 당신은 아마 그것을 먼저 배웠을 것이다. 저 나눗셈을 먼저 배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저것을 배울 당시에 당신에게 숫자는 사실상 개수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손가락 한 개 두 개, 칠판에 그리는 콩이 세 개 네 개. 가장 실체가 확실했고 가장 자연스럽게 익혔던 수. 한 수학자는 신의 선물이라 말했다던 바로 '자연수'가 전부이던 시절이었기에 우리의 나눗셈은 몫과 나머지를 구하는 연산일 수밖에 없었다.
감이 좋은 독자라면 나머지 하나의 나눗셈은 어떤 것이고 어떤 문제를 초래할지 예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머지 하나의 나눗셈은 당연하게도 곱셈의 역연산이다. 이것이 아까의 나눗셈과 어떻게 다른지는 다음 문제에서 알 수 있다.
"1을 2로 나눌 수는 없나요?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던데!"
아까의 나눗셈이라면 정답은 몫은 0 나머지는 1이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나눈다라는 개념에서 저 나눗셈은 조금 직관적이지 않다. 1을 2로 나눠봤는데 몫은 없고 그냥 1이 남았다는 것은 나눌 수 없었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지 않은가? 우리에게는 새로운 나눗셈과 새로운 수가 필요하다.
"1을 2로 나누어 볼까요? 콩 반 개를 숫자로 표현한다고 생각해 볼게요. 콩을 둘로 자른 것의 한쪽, 그것을 우리는 이렇게 선을 그어서 분모에 2, 분자에 1을 쓰고 1/2이라 쓴답니다. 우리는 이런 수를 분수라고 불러요."
분수. 우리가 처음 배우는 자연수가 아닌 수이다. 분수를 도입하고 나서야 우리는 곱셈의 역연산인 나눗셈을 비로소 할 수 있어졌다. 1 나누기 2는 1/2, 4 나누기 3은 4/3. 이처럼 역연산은 한 번 정의하고 나면 기존 수학 체계에 물음을 던지며 그 한계를 시험하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새로운 세상에 대한 정의를 강요한다. 바로 이 점이 내가 고작 사칙연산 중 하나일 뿐인 나눗셈이 그토록 무시무시한 역연산이라고 말했던 이유이다.
흐름에서 벗어나기에 짚고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번외로 잠시 얘기해보자면 뺄셈 역시 같은 문제를 초래한다. 3에서 4를 뺀다면? 이 문제 역시 우리에게 0과 자연수로는 해결 안 되는 문제를 안겨주고 결국 우리는 음수라는 개념을 만들게 된다. 이처럼 뺄셈도 똑같이 근본적으로 역연산이기에 기존의 수학의 한계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익숙했던 수학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개념이 도입될 순간이 수학을 포기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고작 사칙연산일 뿐이라 생각했던 뺄셈과 나눗셈이 사실은 수학의 한계를 드러내는 역연산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독자들도 이제는 그 무서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이 사칙연산 정도는 잘 풀어나갔고 그 이후의 수학도 잘해나갔다면! 당신은 어쩌면 더 어려운 수학의 새로운 개념들도 계속해서 확장해 나갈 잠재력은 충분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래서 이 연재를 통해 계속해서 당신이 부딪혀 포기했을 법한 수학의 벽들을 그것이 어떤 벽이었고 어떻게 넘어설 수 있었는지 하나씩 살펴보고자 한다. 어쩌면 혹자는 그 벽을 다시 오르고 싶어질 수도, 또 혹자는 그 벽을 오르는 누군가를 돕는데 활용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