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통분 : 분모끼리 더하면 안 된다니까!
모래성이 무너질 때
"아니 나는 개념은 다 알겠는데 문제를 못 풀겠더라니까?"
자꾸 덧셈이니 뺄셈이니 쉬운 수학을 가지고 괜히 어려운 듯 말하는 필자가 답답할지 모르겠다. 당신이 수학을 포기한 이유는 문제를 풀고 시험을 보는 것이 어려워서이지 선생님이 하는 설명도 이해 못 하고 개념을 못 알아들어서가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당신은 개념을 배운다는 것의 의미를 잘 못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개념을 배운다는 것은 그것이 생겨난 배경을 이해하는 것을 포함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가? 답은 그 개념이 없는 수학의 범위를 충분히 탐험하고 그 한계를 느끼는 것이다. 여기서 탐험이란, 문제를 푸는 것을 말한다.
"에? 문제를 풀기 어려운 게 배경을 몰라서라면서,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바로 그것이다. 문제를 풀어서 훈련을 하고, 그 훈련된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개념을 배우고, 다시 새로운 개념으로 넓어진 수학의 세계에서 여러 문제를 풀며 훈련을 하는 반복. 나는 그것이 수학을 공부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은 그 훈련을 충분히 하지 않은 채 문제를 풀려고 덤벼들었을 때 어떤 상황에 닥치는지 보고자 한다.
"분모끼리 더하면 안 된다니까!"
생각보다 많은 수포자들이 통분을 통한 분수 덧셈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흔히 나오는 실수는 3/5 + 2/3을 계산하라고 시키면 5/8이라 답하는 것처럼 분모는 분모끼리 분자는 분자끼리 더하는 것이다. 답을 아는 사람이라면 저 두 수는 직접 더할 수 없고 분모를 최소공배수인 15로 통분해야 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리고 사실 저 통분에 실패한 수포자라 할지라도 자신의 계산법이 틀렸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수포자는 저러한 답을 내는가? 분수의 덧셈을 배우기 전 익숙해졌어야 하는 개념들을 가지고 충분히 문제를 풀지 않아 그것에 익숙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모가 같은 분수의 덧셈 뺄셈, 자연수의 혼합계산, 약수와 배수...
초등학교 수학 교과과정 기준으로 분수를 통분하여 덧셈을 배우기 이전에 배웠어야 하는 수학의 단원들이다. 저 과정들을 통해 분수에서 분모란 그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이 숫자가 자연수를 어떻게 나누었는지 나타내는 일종의 지표란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렇기에 분모가 서로 다른 수 간에는 쉽게 비교도 안되고 덧셈 뺄셈 연산도 되지 않는다는 것 또한 깨우쳐야 한다. 거기에다가 기존에 배웠던 곱셈과 나눗셈을 충분히 습득해서 배수와 약수 개념을 익히고 어떤 수던 간에 최소공배수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저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통분이 필요한 덧셈을 하는 상황이 닥치면 그저 스스로 익숙했던 방식대로 덧셈 기호 양 옆의 분모끼리, 분자끼리 더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분모가 다른 두 분수를 덧셈하기 위해서는 각 분모를 두 분모의 최소공배수로 통일할 수 있도록 분자와 분모에 같은 수를 곱해서 더해줘야 해요."
그렇기에 저 설명은 얼핏 쉬워 보여 이해했다 생각할지 언정, 곧이어 문제를 풀 때 "최소공배수를 구하라고? 그건 어떻게 했지?", "지금 분모를 최소공배수로 바꾸려면 어떡해야 하지?"와 질문이 이어지면 "에라 모르겠다 아는 방법대로 풀자!" 하고 잘못된 답을 내게 되는 것이다. 이 순간, 당신이 쌓아온 수학이라는 모래성은 무너지고 만다.
어쩌면 수학을 진짜로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지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충분한 시간을 들여 연습을 지속해야 새로운 개념도 알 수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늘 그렇듯 세상의 정답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 뿐이고 오늘의 정답은 그저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였을 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 조언은 줄 수 있다. 당신이 어떤 새로운 수학적 개념부터 벽에 맞닥뜨렸다면, 그저 그 개념을 배우기 전의 수학 문제들을 천천히 다시 풀어보시라. 어쩌면 어떤 잘 나가는 일타 강사의 멋들어지고 쏙쏙 들어오는 설명보다도 당신이 헷갈렸던 부분들에 대해 충분히 문제를 풀고 난 이후, 스스로 읽어보는 교과서 몇 줄이 당신에게 더 큰 깨달음을 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