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소설> - 5천 원

by 신하영




<3분 소설> - 5천 원













취준생에게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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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 원











이번에도 물론 떨어질 건 예상했다.

모두가 거기는 네가 갈 곳이 아니라고 했으니깐.

하지만 나는 어떤 미묘한 기적을 원했나 보다



현실은 냉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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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한지 어연 6개월

취직을 빌미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집에서 용돈을 받아쓰고 있다.

대학교를 다니던 4년 내내 단 한 푼도 받지 않던 내가

술은 사치고 내가 좋아하는 슈퍼히어로 영화도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에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컵라면에 삼각김밥을 먹는 것도 왠지 아깝게 느껴지는 지금

난 멀찍이 지나가는 차들 사이에서 어울리지도 않는 슈트를 입은 못생긴 내 또래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퇴근을 하는 그의 모습이 피곤해 보였지만 서류가방을 든 손에선 왠지 강한 압력이 느껴졌다.



어쨌든


아주 작지만 좋은 동기부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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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는, 아니 전 여자친구는 예전에 알고 지내던 애랑 잘 지낸다.

그 친구 몇 년 사이에 능력이 좋아졌다. 페이스북 사진에 얼핏 비친 차 핸들에는 동그라미가 4개

그건 실없이 내게 다가온 총알 4방과도 같았다.



담배를 물었다.

숱한 향기를 마시고 내뱉기를 반복하니 나도 모르게 하늘을 보고 있다.


9월

정말 좋은 초저녁이다.




얇은 초승달을 보며 저게 다시 동그랗게 된다면 추석이 오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부끄러운 추석




단지 용돈만을 기다리며 추석을 반겼던 내가

이젠 인터넷 유머 게시판에서나 나오는 취준생의 신세가 돼버렸다.




어쩌다 이렇게 돼버렸을까?

난 줄곧 내가 잘될 줄만 알았는데

남들과는 다른 열띤 대학생이 되길 바랬지만 난 그저 작은 달팽이에 불과했다.

실제로 내가 취업이라는 결승점을 봤을 때 그 끝은 거의 지평선 끝에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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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렁한 넥타이를 들어 올리고 침을 뱉으니 입이 퍽퍽하다.

캔커피가 아닌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주머니엔 심하게 쭈그러진 5천 원짜리 한 장

내일 조금 더 윤택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집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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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걸으면서 생각한다.



엄마한테는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할까?


누나한테 빌린 돈은 언제 갚아야 할까?


아빠한테 참치회는 언제 사줄 수 있을까?


내 팬티는 언제쯤 새로 살 수 있을까?



자연스레 나오는 한숨에 담배를 물려고 했지만

담배 한 까치도 아껴야 한다.

담배로 내뿜는 한숨조차 나에게는 사치가 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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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 앞


예쁜 여자들에게서 눈을 돌리고 계단을 내려간다.



에이 쯧쯧. 연세 많은 할머니가 바구니를 앞에 놓고 손톱을 물어뜯고 계신다.

느려지는 발걸음은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다.


밥은 드셨을까?라고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내 옆을 지나가던 여고생이 말하더라




"저런 할머니들은 돈 받고 웃으면서 집에 갈 걸? 내가 페북에서 봤는데 개 대박"


"저 할머니 집에선 완전 골방 냄새나겠지? 으.."





저런 싹수없는 년들


나도 모르게 몸과 손이 앞으로 살짝 튕겨나왔다.

그 몸이 다시 되돌아오는 순간 내 몸은 털썩 힘이 빠져버렸다.



할머니를 지나왔지만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쭈글쭈글한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보는데 어찌나 가슴 아프던지



나는 내 주머니에 있는 오천 원을 황급히 꺼내서 할머니의 낡은 바구니에 넣어버렸다.


할머니는 돈을 넣어준 것도 모르신다.





"할머니 이걸로 맛난 거 드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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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내리니 완전한 밤이 돼있다.

매일 역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길에 나는 항상 생각한다.



'싸구려 똥차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어찌 됐든 오늘 하루도 끝나간다.

집에서 할 일은 모레 볼 면접을 준비하는 것

하지만 그곳도 모든 사람들이 안될 것이라고 말한 회사다.




할머니 저한테 복 좀 주셔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향긋한 된장냄새가 코를 간질거렸다.




"다녀왔습니다."


"응, 아들 왔어? 엄마 된장국 끓여놨다 저녁 안 먹었지?"



에이씨 삼각김밥은 안 먹을걸



"응, 아직."


"얼른 먹자 수저 챙겨."


"응."



엄마는 묻지 않으셨다.


그리고 엄마는 국물에 된장을 한 스푼 더 푸시면서 내가 힘내길 바라셨을 거다.


난 진한 된장국을 좋아했으니까.


오늘은 평소보다 국이 진했다.


왠지 모르게 코끝이 찡했지만 난 철부지 바보처럼 국이 짜다고 투정을 부려본다.




엄마 고마워요.





나 꼭 좋은데 취업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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