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소설
"그래서 어떻게 지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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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외로웠다. 그날이 지나고 왠지 세상에 모든 것들이 미워져 등을 돌리고 살았는데 나는 어쩔 수 없이 사람 냄새를 맡아야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 매몰차게 갔던. 어쩌면 그리 깊지도 않았던 우리였지만 난 헤어지는 건 언제나 질색하고 아파하니까.
그러던 어느 날 네가 갑자기 우리 집에 불쑥 찾아와서는 밥을 해달라니.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지만, 비에 젖어있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문을 열어주고 말았다. 소나기는 여자의 마법을 풀어버린다더니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는 너를 힐끔 쳐다보고 끓는 물에 된장을 풀었다. 다신 못 볼 것 같은 사람이었는데 여전히 귀엽네. 나의 기억 속에 그녀는 된장국을 좋아했다. 그러니 다른 방도가 있을 리가. 덜거덕 그릇 소리를 내며 어색함을 이겨내려는 찰나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지냈어?
나? 나야 잘 지냈지. 별다를 것 없이. 그때보다 피부도 좋아졌고.
어머,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아. 잘 지냈나 보네.
"응."
사실 아니. 나는 그간 외로워서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는 걸. 애인이 있는 친구 집에서 며칠을 자서 친구 여친이 날 미워했어. 유명한 펍에 가서 이름 모를 여자랑 춤도 췄는걸. 돈도 많이 썼어. 연애했을 때보다 더 말이야. 회사에서도 단단히 혼이나서 집에서 명상 좀 하려고 했는데 네가 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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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해?"
"아니야. 얼른 앉아. 밥 다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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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수요일 밤 열한 시. 주방 조명만 덩그러니 켜진 이곳이 과연 우리 집인가 싶을 정도로 차가운 분위기에 나는 양 볼 가득 음식을 오물거리는 나의 옛사람을 보며 오묘한 감정을 느꼈다. 이건 정말이지, 아무런 설렘도 미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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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내가 왜 왔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응."
"왜?"
"무슨 이유가 있어서 온 거겠지."
"퍽퍽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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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없는 잡담을 하고 소파에 앉았다. 저기, 다 먹은 접시는 싱크대에 놔둬. 아냐 내가 먹은 건데 먹고 바로 할게. 괜찮은데.
익숙한 뒷모습을 보다 창문을 보니 비가 그쳤다.
아아,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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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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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던지고선 그녀의 얼굴을 쳐다봤다. 연분홍색 입술이 반짝거린다. 오늘 우리가 함께 밤을 보낸다면 네게 받았던 상처가 아물어질까. 아니면 다시 사랑하게 될까 우리. 그것도 아니라면 어제처럼 뭣 같은 하루를 다시 보내겠지. 나는 외로웠다. 나는 분명 그녀가 집에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지금 이 상황이 두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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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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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막이 들리는 목소리. 발걸음 소리에 잠시 눈을 감는다. 곧장 들리는 샤워기 소리에 몸을 일으켜 싱크대로 향했다. 세 개의 너저분한 그릇이 놓여있다. 이것 봐. 바로 하지도 않을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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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여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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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장갑을 끼지 않은 채 그녀가 먹은 밥그릇을 씻는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잃고 있었던 미소를 지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