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작은 거짓말의 연속

- 3분 소설

by 신하영


KakaoTalk_Moim_5P4ZuiPvhMdbA9zEeMUlzXMPlUBCcV.jpg 사랑은 작은 거짓말


- 사랑은 작은 거짓말일까?

2018/06/06 PM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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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가 내뱉은 말에 80프로만 사실이에요."



그녀가 이 말을 내뱉었을 때 진동벨이 울렸다.



"아."

"제가 다녀올게요."



갑작스러운 말에 몸을 움직이지 못하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가지러 갔다. 다녀오는 동안 자신의 말에 대한 생각의 여지를 준걸까? 직원에게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며 나는 무언의 생각을 했다. 또각또각. 커피가 내 앞에 놓여졌다. 목은 아까 전부터 말라있었지만 나는 앞에 놓인 잔을 들 수 없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당황할 줄 알았어요. 저도 거짓말할 생각은 없었거든요."



여유 있는 말투였다. 나는 자세를 고쳐앉아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래서 나머지 20프로는 뭔가요."

"글쎄요, 워낙 잔잔한 것들이라."

"예를 들면요?"

"음. 겨울보다 여름이 좋다는 거?"

"네? 그게 무슨."



표정이 잔망스러워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실 오래 걷는 것보단 버스 타는 걸 더 좋아해요. 라고 말을 덧붙였다.



"저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의도가 조금 무겁게 느껴졌는데."

"응. 그러길 바랐어요. 이대로 가다간 계속 거짓말을 할 테니까."

"근데 왜 거짓말을 했어요? 그렇게 할 이유가 없잖아요."

"없긴요. 하루 씨는 제가 호감이에요?"

"당연하죠. 우린 좋아하는 사이잖아요."

"그렇지만 명확한 건 아니죠. 지금 누구 하나 떠나도 죽을 때까지 붙잡을 사이는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하고 생각했지만 나는 분명 그녀를 좋아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제야 커피 한 모금을 마신다.



"나 좋아해요?"

"그럼요. 좋아해요. 그러니까 말해줘요."

"왜 거짓말을 했는지요?"

"네."

"좋아요."



이번엔 그녀가 자세를 고쳐앉고 나를 뚜렷이 쳐다봤다. 연한 이목구비 그리고 일자 주름의 입술. 나는 살짝 혀를 깨물며 가만히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사실 별거 없어요. 그냥 하루 씨가 더 좋아할 것 같아서 거짓말했어요. 근데 어제 로션 바르다가 생각하는데 이 쪼꼬만한 것들이 쌓이면 나중에 큰일 나겠다 싶더라고요. 나중에 하루씨가 당신 여름을 좋아하잖아라고 말하면 저는 겨울을 좋아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여야 해요. 그리고 나는 된장찌개가 먹고 싶은데 하루씨가 김치찌개 먹으러 가자 하면 당연한 듯이 김치찌개를 먹으러 가야한다구요. 그건 싫어요."

"에, 그런 뜻이었어요?"

"나는 진심이라고요 하루씨."



가운데 미간이 찌푸려지는 게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잠시였지만 무거웠던 마음이 녹아버리니 괜히 어깨가 툭, 하고 떨어졌다. 사실 그게 뭐라고. 나는 당신이 거짓말을 했다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그렇게 따지면 나도 꽤 잘못한 게 많아요 혜진씨



"나도 거짓말 많이 했어요."



꽤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그녀가 놀란 표정으로 커피를 가득 들이켰다.



"뭔데요?"

"사실 저는 후라이드보단 양념치킨을 더 좋아해요. 그리고 까르보나라를 잘 못 먹죠. 여름보다 겨울을 더 좋아하는데 혜진 씨가 여름이 좋다고 하시니 저도 여름을 좋아할 수밖에요. 책을 읽는 것보단 만화가 더 좋고 야구도 별로 좋아하는 스포츠는 아니었어요. 근데 그것보단 제 마음만큼 표현하지 못한게 많아요. 제가 보다 솔직한 자세로 혜진 씨를 대했으면 우린 더 가까워지고 허물이 없었겠죠. 나도 거짓말했어요. 우리 같이 거짓말했는데 그 덕분에 여기까지 온 거니 아무런 상관없어요. 또 이런 말을 해줘서 고맙고요. 그러니까 우리 술 한잔해요. 아무래도 나는 혜진씨를 더 알아야겠어요."



그만큼 나를 더 알아주세요.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찼지만, 끝끝내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내가 미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가 내 손을 꼬옥- 잡고 좋아요라고 했을 때. 나는 나의 내면을 한 겹 더 벗겨 낼 수 있었다. 그녀라면. 혜진 씨라면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까 하고. 어쩌면 나는 사랑을 할 수도 있겠다.








p.s

사랑은 때론 작은 거짓으로 이어지기도 해요.

모순적이지만 사랑에 무슨 답이 있다고요.

무슨 일이 있다해도 서로의 마음만 맞다면 아무렴 괜찮아요.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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