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만 앉아 쉬다 가실래요?
<3분 소설> - 감정 반찬
<감정 반찬>
이튿날 내가 집에 와서 냉장고를 열었을 땐 먹을게 정말 하나도 없었다.
이런, 벌써 다 먹어버린 건가
아니면 누가 다 버렸나
나는 냉수만 벌컥 마시고 냉장고 문을 닫았다.
없으면 없는 데로 뭐
그동안 배불리 지냈던 탓에 배고픔이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넓은 거실 소파에 몸을 던져 천장을 바라본다.
이마에 손을 올려보고
손으로 머리카락도 한 움큼 잡아본다.
"으음..."
아무것도 하기 싫다.
아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게 맞는 거겠지.
나는 애꿎은 배만 매만진다.
이제 내 감정 반찬은 아주 작아질 테니 얼른 적응을 해야겠지.
.
사람이라는 집이 있다.
그 안에 냉장고라는 마음이 있고
그 안에는 감정이라는 반찬들이 있다.
우리는 생각이라는 밥에 그 반찬들을 얹혀 목구멍으로 그것들을 꾹꾹 집어삼킨다.
맛있는 반찬은 부드럽게 넘어가지만
좋아하지 않는 반찬들은 퍽퍽해 넘기기가 힘들 정도다.
그럴 때 우리는 물을 마시는 거다.
시간이라는 물을
.
냉장고에는 물만 가득 차다.
곳곳에는 곰팡이가 핀 소시지나 유통기간이 지난 우유가 있다.
그렇다고 저걸 먹을 수는 없다.
먹는 순간 내 마음은 터져버릴지도 모르니깐.
그래서 나는 창고에 가 인스턴트식품을 꺼낸다.
지금은 가식적이고 인공적인 것들이 나에게 필요하다.
이것들이 지겨워지다 보면 나의 냉장고에는 다시 맛있는 반찬들이 들어있지 않을까?
시간에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
어쨌든 지금 이렇다고 해도 내가 죽는 건 아니다.
난 오늘도 샤워를 했고
멋있는 옷을 골라 입었으며
사람들 앞에서 맑은 웃음을 보였다.
밖에선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웠고
세상에는 정말 많은 반찬들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단지 나라는 집에 반찬이 부족한 것뿐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무얼 해야 할까?
나는 내일을 생각하며 눈을 감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잠에 빠져있을 테니까
자면 시간이 간다.
그리고 그 시간이라는 물로 지금 이 목 막힘을 넘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일 일어나 다시 냉장고를 열어보아야지
"자 자. 배고프다."
<감정 반찬>
감정은 넘쳐도 없어도 문제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