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만 앉아 쉬다 가실래요?
<3분 소설 - 내 젊은 날의 유서>
by. hy
안녕
너 이 자식 내가 그렇게 열심히 살아라고 말했는데 벌써 이렇게 가버리는 거냐?
아등바등하다 보면 언젠간 길이 보일 거라고 했잖아
근데 벌써 무릎을 꿇어버리다니
이 바보 같은 놈
.
그래, 어떻게 됐든 넌 이제 떠난다.
짧은 세월이었지만 재미있었냐? 매일매일 격변하는 세상 속에서 말이야
아직 해볼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꽤나 있었는데 아쉽기도 하겠다.
하지만
행복했었다.라고 말해 인마
왜냐면 네가 떠나서 울어주는 사람들이 엄청 많거든. 그러면 된 거야 인생사 뭐 있겠니
젊은 날에, 가장 뜨거울 때 떠나지만 그 죽음이 아름다우니 미련은 두지 말자.
종교를 믿진 않지만 실제로 환생이라는 건 존재할지도 몰라
그렇다면 네가 원하던 미국에 부유한 집 딸로 태어나면 되겠다.
그러면 현재에 모든 걸 잊을 수 있겠지?
그러니깐 그렇게 믿고 지금 이 순간에 너의 모든 것을 잊어버려.
모든 기억에 안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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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말이야
넌 죽으면서 남기는 게 뭐야?
아무리 나 자신이지만 네가 세상을 떠나면서 두고 가는 게 뭔지 궁금하지 않아?
이 글을 적는 난 생각해.
정말 아무것도 없다고.
넌 누군가의 기억 속에 한 조각이 될 뿐, 하늘의 별은 될 수가 없어.
죽음은 이렇게 허무해. 왜냐하면 내가 무언가 큰일을 해내지 않는 이상 사람들은 시간에 의해 날 잊을게 분명하거든.
네가 이 글을 볼 때면 엄청나게 힘들거나 정말로 죽었을 때겠지.
그러니깐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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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정말 힘들어서 이 글을 보는 거면
그래, 잘 봤어. 내가 이렇게 널 안아줄게.
하지만 죽지 않음에 감사해하며 다시 이 편지를 접었으면 좋겠다 나는.
.
어떤 이유로 힘이 든 거냐?
사랑이야 돈이야 아니면 네 인생이야
이 유서를 볼만큼 그렇게나 많이 힘들었던 거니
물론 난 아무것도 모르겠지...
하지만
여기 지금의 내가 널 안아준다고 생각해.
그럴 자격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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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이렇게 생각했잖아.
난 후에 꼭 행복할 거라고
근데 무언가 실패를 했고 넌 지금 너의 유서를 보고 있어
하지만 생생하게 살아있는 네가 지금 이 유서를 볼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살아있음에 행복하길 바라
사소한 게 행복이라는 건 잘 알고 있잖아
주위를 돌아보고 기댈 곳을 찾아. 생각보다 큰 기둥들이 많을 거야
사랑에 아파한다면 어서 훌훌 털어버려
바보같이 사랑 때문에 유서를 보는 바보가 어딨냐?
돈? 모든 걸 포기해도 돈으로 너의 인생을 저버린다면 난 내 자신에게 정말 실망할 것 같아
인생이 비틀 거리 더라도 한 번 더 주먹을 꽉 쥐어주길 바라
힘들지만 버텨야지... 강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내 자신을 포기할 만큼 난 약하지 않았어
그러니 부디 이 종이를 접고 이 자리에서 일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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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 잡았다면 이 윗부분은 찢어주길 바래.
이제 다신 볼 일 없을 테니까.
이건 너에게 하는 내 마지막 충고야.
처음이자 마지막인 내가 내 자신에게 주는 선물
정말 잘할 수 있어
그러니까 어서 밖으로 나가
내 예상으로 아마 날씨가 좋을 거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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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내가 정말 죽었다면
그냥 잠시 추억할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해주세요.
그다지 바라는 건 없습니다. 전 평범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냥 괜찮았던 놈이라고 만 기억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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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제가 하늘나라에 간다면 거기서 이 밑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지켜볼 겁니다. 가끔씩이라도 좋으니 추억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가진 것들. 시계, 지갑, 핸드폰, 컴퓨터, 피아노, 그리고 통장
뭐, 이제 필요 없는 물건이겠지만 시계만 남겨주고 다 묻어주셔도 좋아요.
시계는 제가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뜻으로 남겨두고 싶네요.
웃기지만 제 작은 욕심이에요.
통장에 있는 돈은 부모님 여행을 갔으면 좋겠어요. 갖고 싶은 것도 하나 사시고
그리고 제 사진들은 그냥 가지고 계세요. 거기에서나마 지켜봐드리고 싶으니까.
.
아 뭔가 슬프다.
벌써 죽었다고 생각하니 벅차오르는 게 있네요.
죽음이라는 게 참... 아직 생각할 나이는 아니지만 제 자신을 뒤돌아 보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한번 써봐요.
근데 저 지금 이 세상에 없는 거 맞죠?
신기하다 진짜
그럼 이 글에서는 전 살아있는 거잖아요. 유서라는 게 이런 매력이 있네요.
혹시 제 목소리 기억하고 계시나요? 제가 말하는 것처럼 적어야 할 텐데.
아무튼 누군가 이 글을 본다면 죽으면서 후회는 안 할 거 같네요.
그러니깐 내 사람들한테는 많은 후회와 미련이 남겠지만 행여나 사고가 나서 죽으면 한 순간이잖아요.
그럼 아무 말도 못 하고 죽는 게 얼마나 서러워요.
그래서 이 글을 적는 건 꽤나 의미 있는 거예요.
좋아요, 계속 써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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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실 별로 할 말이 없어요.
어머니 아버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고 좀 더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고
내 친구들 하는 일 다 잘되고 성공했으면 좋겠고
그냥 그게 전부예요.
딱히 할 말이 있을까요? 제가 명언이라도 남길만한 인물도 아니고..
죽어서까지 바라는 게 많으면 그게 완전 진상이죠.
그냥 기일마다 잘 찾아와 주고 기억해주시면 만족할 거 같네요.
근데 하늘나라 가면 양념치킨은 진짜 먹고 싶을 거 같긴 하다.
몰라요.
그냥.
......
모두, 행복하게 잘 지내셔야 해요.
정말...
그래야 제가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겠죠.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에겐 인생이라는 긴 시간이었음을.
그리고 제 인생의 마지막 조각을 찾으러 떠난다고 생각해주세요.
전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이 글을 읽을 때 만약 윗부분이 찢겨있으면
전 정말 만족한 삶을 살았을 겁니다.
이제 이 종이도 불태워 주세요.
아마 오늘은 해가 쨍쨍한 날이겠죠?
그렇담 멀리멀리 날려 보내주세요.
그 바람 타고 저는 하늘로 올라가렵니다.
하늘에서 꼭 지켜보겠다고 약속하죠.
.
못난 제 젊은 날의 유서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대에게 행복이 오길.
그럼 정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