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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May 13. 2019

프리랜서 작가의 일상과 이상

백수라고 불리지만 프리랜서라 칭한다



자유의지



회사 생활을 그만둔 지 벌써 한 달이 다되어간다. 퇴사를 하고 느낀 점은 시간은 아주 정직하게 흘러간다는 것. 나는 프리랜서 작가라는 명목 하에 백수라는 타이틀을 덮었고 또 나를 그렇게 세뇌시키며 지난 3주를 보냈다. 수요일과 토요일에 각각 두 시간씩 글쓰기 클래스를 열고 출판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원데이 클래스도 운영할 계획이다. 다른 부수입을 위해 글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찾아보았지만 쉽게 이루어지는 건 아니었다. 어느 잡지에 기고라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나는 아직 부족한 작가다. 쓴 양도 턱없이 부족하고.


화면에 보이는 피파온라인 3


블로그 원고를 써달라는 의뢰가 많이 들어왔다. 건 바이 건이라는데. 쉽사리 손에 잡히지가 않더라. 안량한 자존심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거라는 내 마음이었다. 실제로 나는 브런치에 글을 써야 하고 인스타에 더 더 좋은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퇴사를 했다. 글쓰기에 나태해진다는 건 내 자유의지에 대한 반항이랄까. 백수, 그리고 프리랜서의 삶은 나태해지는 순간 끝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더 바지런해지기로 한다. 크몽에서 나의 재능을 기부하고 분수에 넘치는 집을 이용해 에어비앤비를 하자. 수강생 분들을 위한 유인물도 만들어야 하니 움직이지 않으면 나는 결국 백수의 형태를 드러내는 꼴이 될 것이다.



추상적이지만 이번 가을을 목표로 원고도 작업해야 한다. 나는 작가로서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서둘러 손가락을 움직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것저것을 하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지긴 하더라. 뭐든 처음이라서 그런 거라 생각한다. 삶이 안정되면 어딘가에 몰두할 수 있다던데. 나는 지금 벼랑 끝에 놓여있고 우습게도 버틸힘을 가지고 있다. 이 넘치는 힘을 어찌하리오. 프리랜서에서 전업 작가던 출판사 사장이던 카페 사장이던 뭐던 안정된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일 뿐이다. 이 분주함들은 앞으로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양분이 되지 않을까.


오늘의 위로라는 카페에서 글 작업


나태한 오후. 카페에서 혼자 글을 쓰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게 되는데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실시간 드로잉을 하듯 나도 그 사람들의 일상에 몰래 들어갔다 나오곤 한다. (물론 전부 상상력이지만)

예컨대 그들이 한마디라도 하면 나는 바로 손가락을 곤두세운다. 

"오늘은 김치찌개를 끓여먹을 거야" 

김치찌개? 좋아. 내가 김치찌개를 먹었던 적이 언제였더라. 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보면 소소한 현타 같은 것들이 오는데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 이렇게 좋은 분위기에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쓴다는 게 참 잘하고 있는 일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너무 부정적이잖아? 나는 이 일상을 즐길 필요가 있다고도 말하는 사람이라 잠시 갈피를 못 잡을 뿐이었다. 프리랜서 작가의 일상과 이상이 맞물릴 때마다 생기는 괴리감은 참으로 묘하면서도 슬프다. 언젠가 이 날을 그리워하는 날이 오길. 그만큼 바빠지는 사람이 되길.


고마운 수강생분들


이번 주 수강생 분들을 위해 유인물을 만들어야 하고 원고와 출판 클래스 그리고 여러 가지 해야 할 일이 많다. 예를 들면 엄마한테 카톡을 한다던가 버섯 된장찌개를 끓여 혼자 넷플릭스를 보며 끼니를 때우는 것? 늘 일만 하고 살다 보니 쉬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이 있나 보다. 그렇다고 내가 죽는 것은 아니니 나는 일상과 이상에서 내 능력을 쏟아부어 사력을 다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보다 더 뜨겁게 글을 쓰고 사람들을 마주하자. 이 생활이 쌓이다 보면 내 작가 생활은 누군가에게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성장욕구가 불타는 날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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