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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May 16. 2019

프리랜서는 많은 게 두려웠다.

뭐가 그리 두려웠느냐


두려움


프리랜서 작가를 선언한 지 한 달째. 나에게 첫 두려움이 찾아왔다. 그 두려움은 어제 오후부터 시작이 되었는데 새벽이 되니 감당할 수가 없어 몸을 한참이나 뒤척이다 잠에 들었다.

프리랜서 생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바로 '일' 아니겠는가. 알게 모르게 느끼고 있었지만 사람은 역시 일을 해야 하나 보다. 물론 통장잔고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생산성 있게 움직이지를 않으니 불안함이 생기는 것이다.

맞다. 나는 지금 현실에서 일과 돈에 쫓기고 있다. (도망가!)


노을을 바라보는 나의 반짝이는 눈빛,,


20살이 되었을 때 엄마는 내게 비싼 소고기를 사주시면서 '이제는 네가 알아서 살아야 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단지 그 말을 지켰을 뿐이다. 그땐 자존심이 엄청났으니까. 그래서 '물론이지!' 하며 고기를 왕창 입안에 넣었었다. 용돈이라는 존재가 내 인생에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20살부터 27살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상을 버텼다. 그러니까 남들만큼 나도 나름 고군분투하며 살았다는 얘기랄까. 엄마 아빠는 그래도 이 녀석은 집에 돈 달라는 애는 아니야 라고 말할 정도니 그간 자존심을 지켜냈다는 사실에 괜한 뿌듯함을 느끼고 살았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얼마 벌었겠는가. 학교는 졸업해야 해 학자금 대출도 해야 해 술도 먹어야 해 연애도 해야 해 옷도 사야 해. 20대 초의 생활은 그야말로 '쪼달리는' 생활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래서 마음먹은 게 구질구질하게 살지 말자는 거였다. 그놈의 돈이 뭐길래.


오랜만에 드넓은 하늘을 보았다


졸업 전에도 졸업 후에도 일은 계속 쉬지 않고 했고 적금도 들고 여행도 다녀왔다. 사실 집에서 도움을 받는 친구들이 내심 부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무렴 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다 경험 아니겠는가. 나는 그 날 엄마가 내 자존심을 건드려주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다. 생활력이 강해진 만큼 자신감도 있으니 퇴사를 하지 않았겠는가? 돈을 벌고 나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사고 싶은 옷도 샀다. 근데 한 가지 간과한 점은 일상에 모든 것들을 내가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에서의 삶은 집이 있었고 맛있는 밥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프리랜서의 삶에서는 월세와 관리비 모든 생활용품과 밥값을 내가 충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장 월세를 내야 하는 날이 돌아오지만 통장 잔고는 예전보다 가벼워졌을 뿐이다. 이것이 두려움의 시작이었다.


긍정이 답이다.


긍정적인 내가 이렇다니. 많이도 불안했나 보다. 아니면 예전 고군분투하던 내 모습이 떠오른 건가.

새벽에 마인드를 되찾기 위해 갖은 명강의를 다 찾아보았다. 나름 푹 자고 일어났지만 기분은 여전했다. 법률스님은 말했다. 후회를 많이 하는 사람은 과거에 얽매어있고 걱정이 많은 사람은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라고. 나는 있지도 않는 미래를 걱정하고 있지만 그건 정말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걱정이라 뒤로 고꾸라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도 잘 안다. '얘는 이제 고작 한 달 됐는데 벌써 울상이야'라고 내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근데 겁먹을 수도 있지. 너무 자신감만 믿고 가는 것보단 이렇게 한없이 무너져봐야 일상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좋다. 일단 절약을 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실행하는 건 일도 아니다. 움직이면 되니까.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기회는 찾아온다. 그리고 나는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두려움은 아직 내 혈관 구석구석에 차있지만 어쩜 좋아, 어째 조금씩 나아지는 기분이라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아, 프리랜서의 삶은 롤러코스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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