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저녁은 만들어서 드시나요?

요리가 주는 일상의 힐링

by 신하영


저녁은 챙겨드셨나요?



서울에서 지낸 지 일 년이 지났을 때쯤 홀로 살기 시작했다. 신림역 부근 옥탑이 끼어있는 원룸에서.

평소에 요리를 좋아하는 나는 생양파와 생마늘을 칼로 써는 걸 좋아했는데 이사를 하고 좋은 원목의 도마를 사며 꼭 갖은것들을 썰어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던 적이 있다. 백종원 선생님의 여파로 중식 칼을 샀고 집 옆에 있는 신원시장에만 가면 각종 채소와 재료들을 양 손 가득 쥐고 집으로 들어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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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나라한 나의 식사입니다.


흔히들 먹는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는 이제 눈을 감고 끓여도 될 만큼 익숙해진 음식이다. 무엇보다 찌개는 그 베이스가 중요하다는 걸 알아서 육수를 내는 것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쓴다. 김치찌개 베이스는 마트에 파는 사골육수를 이용하면 그 맛이 일취월장하는 개인적인 팁이 있다. (두 달 전 어머니가 김치를 보내주셨는데 깜빡하고 며칠 냉장고에 넣지를 않아 완전 익은 김치를 만들어버린 적이 있다. 반찬으로 먹으면 눈이 감길 정돈데 찌개용으로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라 종종 김치찌개를 해 먹고 있다.)

된장찌개는 된장 2에 고추장 1이 꼭 들어가야 하고 청양고추가 무족권! 들어가야 한다. 보통 버섯을 많이 넣는 편인데 국물이 담백해지는 느낌이라 자주 애용하고 있다.

워낙 손이 큰 터라 한 번에 4인분 정도를 만드는데 혼자 살다 보니 다 먹기가 여간 쉽지가 않더라. 한 주가 바쁘기라도 할 때면 아차! 하고 인덕션 위에 올려놓은 냄비가 생각난다. 날이 더워지니 국이 정말 빨리 상하는 것 같다. 음식물 쓰레기를 최대한 내지 말자 주의인데 상한 찌개를 버릴 때만큼 씁쓸할 때가 없다.



KakaoTalk_20190626_175228279.jpg 너무 맛있었다. 이때..


사실 요리를 하려면 최소 30분은 걸리는 것 같다. 우리 현대인들은 퇴근을 하고 집으로 오면 요리를 할 힘이 없지 않은가. 시켜먹는 게 더 맛있기도 하고 외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집에서 먹는 저녁을 고집하는 이유는 바로 마음의 안정 때문이다.


가령, 냉장고에 떡과 어묵이 있고 파와 마늘 심어 맛있는 치즈까지 있다면 나는 집에 가서 떡볶이를 해먹을 생각부터 한다. 집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벽에 머리를 기대곤 시계를 살피는 건 매한가지지만 요리를 할 때 나는 궁극의 집중력에 빠져버려 잡생각을 안 하게 되는 것 같다. 그저 요리 하나에 집중을 하는 것이다. 마치 글을 쓰는 것처럼. 이상하게 요리를 하면서 설거지를 다해버리는 습성이 있는데 음악을 틀고 소매를 걷고 바쁘게 요리를 하다 보면 삼십 분은 물론 한 시간도 뚝딱 지나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보고 싶은 예능을 하나 틀어놓고 산만하게 차린 음식을 먹다 보면 하루가 온전히 흐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인 것이다.

무엇보다 내 입맛에 맞게 만든 음식은 내 입에 정말 맛있다. 맥주는 차갑고 시간은 10시가 채 되지 않았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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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는 음식은 더욱 행복하다


가끔은 저녁을 잘 챙기기 않는 애인을 위해 음식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 애인의 식사도 챙기고 요리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인 것이다. 여태 다양한 음식을 해주었는데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큼 좋은 데이트도 없더라. 파스타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주방 아르바이트를 할 때 배웠었는데 기억을 되짚고 해 보니 나쁘지 않은 맛이 났던 것 같다. 사실 요리는 정성이 담길 때 그 맛이 더해지지 않겠는가. 맛있게 먹어줄 사람을 위해 만들다 보니 이것도 넣고 싶고 저것도 넣고 싶은 심정이 생겼던 것 같다. 얼마 전에는 같이 쇼핑을 하다 골뱅이가 들어간 비빔면이 먹고 싶다 해 얼른 사다 해주었는데 골뱅이와 생양파를 더해 그 맛을 더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보내주신 국물김치에서 열무를 꺼내 비빔밥도 해주었는데 얼마나 맛있었는지 애인보다 내가 더 많이 먹은 것 같은 건 내 기분 탓일까..


1.jpg 5분컷 비빔면..


이처럼 요리는 일상에 작은 행복을 불어다 준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티브이, 유튜브에서는 요리에 관한 콘텐츠들이 쓰나미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걸 보면서 군침을 흘리는 우리. 가끔은 시장에 가 장을 보는 설레는 기분도 느끼고 직접 간을 조절해가며 음식을 만들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저녁을 보내면 어떨까 싶다.



p.s 내가 만들어 먹으면 소화도 잘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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