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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Dec 11. 2019

이별 교통사고 후유증



당신은 무엇을 보았습니까. 이른 새벽에 홀로 일어나 무엇을 그리 바라보셨습니다. 홀로 떠나는 기척이 느껴졌지만 나는 단잠에 빠진 사람처럼 미동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왜인 걸까요. 당신이 나 몰래 주문이라도 걸어놓으신 겁니까. 나는 전등이 켜지는 걸 암흑 속에서 느낍니다. 아니 오히려 눈을 더 질근 감은 걸지도 몰라요. 간밤 동안 천장을 바라보고 눈을 끔뻑이며 무언갈 다짐했던 당신을 생각하면 이렇게 몸이 움직이지 않은 게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절대로, 당신의 뒷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당신은 무엇을 보았습니까.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습니까. 아니면 창문 사이로 보이는 몇 개의 별을 바라보았습니까. 그리고 무슨 생각을 하셨습니까.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합니다. 소리 없이 떠난 당신의 자국이 남아있지 않아 어쩌면 어느 영혼과 함께 있었던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실로 적적한 아침이군요. 비 오는 저녁 같은 아침입니다. 나는 몸을 일으켜 집을 어질러놓습니다. 그리고 아주 잠깐 웁니다. 이 정도 슬퍼해놓지 않으면 길거리에서 주저앉을 것 같아 섭니다. 그렇게 이별은 교통사고처럼 내게 찾아왔습니다.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은 모두 꿈이었나요? 


시간은 모질게도 흐릅니다. 매일 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그 새벽에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하고. 그리고 꿈을 꿉니다. 매섭고 못된 당신이 나오는 꿈입니다. 정말 당신인 겁니까 아니면 내 머리가 서둘러 사랑을 잊으라고 하는 겁니까. 무엇이 됐든 나는 그래야만겠지요. 이것이 나의 사명이겠지요.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 베개에 얼굴을 묻습니다. 아주 미세하게 남은 당신의 향기는 내 눈물에 젖습니다. 결국 제가 당신의 마지막 향기를 없애는군요.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당신도 아닌 내가 당신을. 


그러니까 그대. 이제는 괜찮으니 내 꿈에 나오지 않아도 됩니다. 뭐가 그리 급한 건지. 나는 아주 천천히 오래오래 슬프고 싶습니다. 그러니 부디 제게 아플 시간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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