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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Dec 10. 2019

어제 서울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무지한 나에게 쓰는 편지



어제 서울에는 비가 내렸죠. 미세먼지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뉴스에서 여전히 '나쁨'이라고 알려주네요. 집을 나서기 전에 시리에게 날씨를 묻습니다. 마음 같아선 계속 비가 내렸으면 했는데 웬걸 날이 정말 따뜻하더군요.

어쨌든. 간 밤에 비가 내렸나 봐요. 집에서 노트북만 응시하고 있던 제가 무지했던 걸까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이 뒤바뀐 것 같아 기분이 조금 묘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일찍 잠에 드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떤 날이었는데, 저녁을 가볍게 먹고 영양제 4알을 삼킨 뒤 세수를 하고 그대로 자버리니 아침이 정말 상쾌하더라고요. 몸에서 보내준 청신호를 맹목적으로 믿고 저는 이 패턴을 할 수 있을 때마다 하고 있습니다. 사실, 어제도 그랬어요. 이 긴 밤에 무엇이라도 해보려고 하는 마음을 죽이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유튜브도 인스타그램도 보지 않고 눈을 감은 채로 30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진한 공허의 시간이었죠. 사람들마다 그런 거 있지 않나요. 내가 잠에 빠져들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만드는 것. 예를 들면 배게 하나를 다리 사이에 넣는다거나 꼭 왼쪽을 보고 누워야 된다거나 어떤 음악을 듣는 것처럼. 저는 조성진의 피아노 곡을 틀고 이불로 제 몸을 다 감싼 뒤 미세한 신음을 냈어요. 그리고 곡이 끝나기 전에 잠에 들었죠.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봅니다. 멀건 안개가 산을 뒤덮고 있었고 아스팔트는 주방 수세미 마냥 물을 한가득 머금고 있었어요. 창문을 여니 찬바람이 솔솔 들어오네요. 미세먼지 따위. 하며 크게 들이마셔봅니다. 고양이 스트레칭을 하고 아주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며 오늘을 계획합니다. 그리고 집을 정리하고 출근을 해요. 횡단보도를 기다리며 하루 만에 뒤바뀐 세상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나는 여전히 무지하구나 하고.


/

어제 하지 못한 일들을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해낸 것과 하지 못한 것을들을 차례대로 나열합니다. 나는 오늘 어떤 것을 까먹을까요. 그리고 어떤 것을 잊으며 무엇을 이루어 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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