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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Jan 13. 2020

아무것도 모르면 불안하다.

지독한 서울살이여



2020년이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올해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수많은 다짐을 하고 힘차게 발을 굴리고 있지만 요즘의 나는 한없이 약한 상태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낭만적인 삶을 꿈꾸고 높은 월세에 들어간 나는 현실적인 문제에 고립되어 전세대출을 알아보았더랬다. 월세를 내는 사람들이 그렇게 바보라고 하더라. 참내.

그렇게 한 달을 돌아다니다가 결국엔 마음에 드는 집을 찾고야 말았는데 중도 퇴실과 전세대출이라는 숙제가 남아있고 '전세 사기'라는 대한민국에서 비일비재한 키워드에 사로잡혀 불안 속에서 하루를 살고 있다.

물론 집이 2주일 만에 나가고 전세 대출이 잘 나온다면 너무나 행복하겠지만 본채 인생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라 옅은 두려움에 사로 잡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엄마는 최근에 점을 봤는데 '서류'를 조심하라고 했단다. 그리고 올해보단 내년이 더 잘 풀릴 거라고 해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고 내게 잔소리를 하셨다. 물론, 좋지 않은 일들이 최근에 많이 일어나 그런 것에 의지하는 마음을 백 번 이해하지만 나는 무속인의 말에 휘둘리면서까지 살고 싶지 않다.

걱정을 끼쳐드릴 순 없기에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나의 계획을 수정할 생각은 일체 하지도 않았다. 사실, 서류를 조심하라는 말과 올해보다 내년이 잘 될 거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분명 이런저런 사정을 듣고 한 말일 텐데 나는 저 말을 도통 믿을 수가 없다. 인생은 개척이 아니던가.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주변의 불안함이 지속되니 마음이 조급해지더라. 그때부터 나의 선택이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몸이 뜨거워지는데, 불안이라는 꽃이 마음이 피어나기 시작하면서 내 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아마 명확한 것이 하나도 없기에 그런 것일 테다. 모든 건 진행 중이고 완성된 건 단 하나도 없기 때문에. 생활에 안정감은 사라진 지 오래고 이사를 하게 됨으로써 생기는 지출과 그러지 못했을 때의 일들이 걱정으로 중첩이 되면서 결과론적으로 나는 망했다.라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건 미리 마음을 내려놓는 나의 얍삽한 마음가짐이다. 모든 걸 놓쳤다고 생각하면 덜 후회하고 덜 아프게 되니까. 연애에서 배운 기술을 이럴 때 사용하고 그런다. 정말 웃기지도 않아.


어쨌든 매일매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나는 무엇이라도 해야지 하며 몸을 움직이고 있다. 울상을 지으면서도 내가 못할 줄 알아? 하면서 어깨에 힘을 빡 주는 것이다. 한 달 뒤에 나는 어디에 몸을 뉘우고 있을까. 사실 속마음은 일주일 전으로 돌아가는 것인데 그럴 수 없기에 나의 오른쪽 뺨을 때리고 손과 발을 열렬히 움직여본다. 설마 죽기야 하겠나. 모든 걱정은 걱정일 뿐, 결국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흘러가는 대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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