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소설> - 섬

3분만 앉아 쉬다가세요.

by 신하영










3분 소설 - 섬

아주 외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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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을 시작할 때 그대의 마음으로 떠날 채비를 먼저 했다.
많은 것을 챙겨야 한다.
이대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니



마음이라는 배 안에 내 감정을 꾹꾹 눌러 담는다.
기나긴 여행이 될 것이다. 폭풍우가 칠 것이고 비바람이 배를 덮칠 것이며
한줄기 햇살에 눈을 뜨며 새로운 아침을 맞이할 것이다.


나는 꾸준히 노를 저어간다.
그렇게 유유히 당신에게로 간다. 시간이라는 물살과 함께.
빠르게 가면 뭐 하리, 어차피 당신이란 섬은 거기 그 자리에 있을 텐데
큰 파도가 오면, 당신에게로 향하는 이 물살이라면 난 금방이고 너에게 도착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나의 오아시스야.

어쩌다가 너라는 존재를 빛 삼아 이 적적한 시간을 견디고 있는지
보름달이 뜨면 우린 같은 곳을 보고 있을 거라 생각 했고
억 개의 별이 하늘을 가득 채우면 배 위에 가만히 누워 그대 생각을 했다.

한 번은 큰 파도가 쳤는데
단지 당신을 만나러 간다는 마음에 물을 맞으면서도 웃는 내가 보이더라.

그래. 난 너에게로 가고 있다.

이 보잘 것 없는 내가, 작은 배에 많은 것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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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향하는.
다른 말로 만남이라는 건 무엇인가?
아, 인연은 무엇이고 또 사랑은 뭔가

누군가에게 물어봐 알 수 있는 것이라면.
정확한 정답이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수억 개의 사랑이 한 의미로 정의가 된다면 이렇게 고립되진 않을 텐데.




너에게로 갔을 때 모든 것이 허상이었음에.

나는 짐을 내려놓고 모래사장에 가만히 앉아 바닷소리를 들었다.

내가 너무 늦은 걸까?
아니면 여기서 당신을 기다리면 언제라도 모습을 나타내어줄까?

꼬리를 무는 생각에 지쳐 잠이 들고 말았지만
소리 없이 아침은 찾아왔고 난 이 섬에 혼자 있다는 것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외딴섬이었다.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다시 나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난 이미 내 모든 걸 다 담아 여기까지 왔건만.
누굴 탓해야 할까, 당신이 여기 없는 건 어쩌면 노를 저으며 수백 번도 더 생각했던 건데
100중에 1이라는 빛을 믿은 날 탓해야 할까?


바람은 이렇게나 좋다.
하얀 파도
모래는 따스하고 눈앞에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있다.
당신을 만날 세상 최고의 날에 내 손안에선 하얀 모래가 소리 없이 흐르고 있었다.
코끝이 찡해 얼른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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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멀리 보이는 저 섬에서는 모락모락 하얀 연기가 피어난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누군가의 행복이 피부로 느껴지는 건
그만큼 나에겐 '결핍' 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뜻이다.

저기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은 역시 하지 못한다.
난 여기 이렇게 당신마저 느끼지 못하는 섬에 갇혀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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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알까?
이 질문에 고개를 젓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곤 코끝을 올려 하늘을 바라본다.

바보처럼 웃는 게 가면인 내 모습인데
그렇다고 지금 이렇게 멍하니 있는 건 더더욱 보기 싫은데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하면
그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고 날 끌어안아줄까?
힘을 내라, 다시 노를 저어라, 세상에 섬은 많다. 이런 얘기들이 내게 힘을 줄까?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기에 나도 날 이해하지 못한다.

당신이라는 섬은 내가 가지고 있던 유일한 보물섬이었고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소중한 것이었으니까

난 당신이라는 섬에 유일한 존재다.
하지만 이렇게 혼자 있음에 이 섬 또한 허상이 되겠지.

그래서 날 탓한다.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당신을 미워하고 나 자신에게 모든 과녁을 돌렸다.
차라리 하는 마음이었다.

가지고 왔던 것들을 하나둘 정리하며 애써 감추려고 했던 내 어리석음도 꺼내버린다.




매 순간순간. 여기로 오는 기나긴 향해에 의미를 두자.
검했던 내가, 그간 느꼈던 순수함을 꼭 기억하자
시행착오야. 다 경험이야. 성숙해졌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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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진다.

주홍빛 하늘이 눈에 익었을 땐 내 몸에 아무런 힘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아, 이대로 그냥 눈을 감았으면.

잠이 오지 않는 밤을 어떻게 보낼까
지쳐버린 마음은 잠으로 채워지지 않는데 이제는 기적이라도 한번 일어나야 하는 게 아닌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다 당신 생각을 하다 눈을 감았다.
오늘도 별은 내게 손짓한다.






어쩌면 난 당신을 너무 몰랐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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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떠나야 한다.
시간의 존재가 무슨 의미가 있던가
빠르든 늦든 그게 한 시간이든 하루든 난 모든 희로애락을 이미 다 느껴버렸는데.

물에 젖은 내 감정들은 꽤나 무거워졌다.

맞아, 놔두고 가야 한다.
이제는 웬만하면 다시 생기지 않을 것들이다.

그러니 여기서 기억해주길 바라.
그래도 너희들은 '나'라는 존재 자체였고 밝고 살아있던 것들이니까.



낡은 배에 올라타고 손끝으로 바람을 확인 한 뒤
당신의 빈 섬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젠 노를 젓지 않아도 배가 움직인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너무나 빨리 작아지는 당신의 섬을 눈으로 몇 번 사진을 찍고
수평선 끝에서 점이 된 것을 보고 난 바닷물을 마셨다.



안락하고 싶은 마음에
갈증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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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었지만
시야를 넓힌 나 자신에게는 모든 것이 안개였음에

결국 난 이 배를 뒤집고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모든 게 안개였다면 나 또한 안개가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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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눈을 떴을 땐
또 다른 섬이었다.


구름을 마주하고 등을 적시는 잔잔한 파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손가락을 움직이고 젖은 모래를 매만진다.


그리고 난 보았다.
내 앞을 지나가는 아주 새하얀 연기를





누군가의 불
당신의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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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p.s
날씨는 좋은데
주변에서는 많은 흐림이 있네요.

누군가에게 향하는 향해

어차피 사랑이라는 것도 개척이니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겠죠.

이런저런 실패와 경험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
그의 이야기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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