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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Jun 17. 2020

이 세상에는 첫사랑보다 뛰어난 감정이 있다.

사랑에 대하여





내 참 웃는 게 그렇게 예쁜 여자는 처음 봤다. 


눈웃음도 보조개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었는데 빙그레하고 웃는 게 꼭 일본 여류 소설의 주인공 같았다. 

그녀에게는 팔레트 냄새가 났다. 이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살구색 니트에선 어릴 적 다니던 미술학원 냄새가 났다.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고 했지만 언젠가 꽃을 그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분홍색 백일홍을 꽤 잘 그렸는데 그 꽃을 검색해보니 떠나간 님을 그리워하는 의미를 담고 있더라. 왜 하필 백일홍일까. 그때부터 마음이 무거웠건만 이튿날 작은 액자에 담긴 그림을 선물 받았을 땐 몽상을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커피를 마셨다. 그녀는 초록색과 연두색 사이의 느낌이다. 


그녀는 하얀색 드레스가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 여자다. 난 영화에 나오는 저 배우보다 SNS에 저 여자보다 그녀가 훨씬 예쁘다고 생각했다. 이건 너무 진지해 나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어느 날, 함께 저녁을 먹고 한겨울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바다를 거닐었다. 11시에 갑자기 나오라고 해 나는 정말 행복했다. 저 멀리 주홍빛 전봇대 밑에서 미소를 지으며 내게 손짓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내 저 웃음을 평생 볼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세상에는 첫사랑보다 뛰어난, 그리고 첫눈에 반하는 것보다 더 강한 느낌이 있을 수도 있겠다.

나에겐 지금 그녀가 있다.








책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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