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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Mar 03. 2021

못난 팔자라도 사랑은 할 수 있잖아요?

찌질한 사람의 어느 한 고백


#고백




오랫동안 그 사람 옆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터무니없는 것 알아요. 근데 내가 못난 팔자도 아니고 그 사람에 곁에 있으면 안 되는 이유도 없다고 봅니다. 그래도 마음을 먹으면 무던히 지치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이니까요. 예전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도 하면 분통하고 억울해서 서둘러 짐을 챙기고 떠나기를 바빴는데 이제는 그러더라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깨진 독 밑으로 졸졸졸 흘러나오는 내 사랑을 그냥 흐르는 강물처럼 생각하게요. 그것도 어느 흙밭에 스며들겠지요. 그러면 꽃도 피겠지요. 언젠가 당신이 어머 예뻐라 하고 그 꽃을 보고 웃을지도 모르겠어요. 내 사랑인 줄도 모르고.





나는 수학을 못해요. 그래서 계산을 하면 족족 틀려서 그냥 튀어나오는 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어요. 근데 또 사리분별은 해서 당신한테 해끼치기는 죽어도 싫어요. 있잖아요, 사랑 한다는 것은 자기 마음을 칼로 조각내어 상대를 맞이할 자리를 만드는 것이래요. 그러니까 나의 일부를 기꺼이 내어주는 것이죠. 이를테면 좋아하는 쇼콜라 케이크를 잘라서 접시에 올려주는 것이랄까요.


그렇게 흡수하고 맞닿고 스며들면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된대요. 너무 좋지 않을까요? 나는 은은하고 싶어요. 어느 찻집의 꽃차처럼. 다른 생각은 하기도 싫고 그냥 당신 옆에 좀 진득이 있고 싶어요. 미운 짓 안 할게요. 쇼콜라 케이크도 사줄게요. 소주도, 파스타도 먹으러 가요. 나 팔자 사나운 놈 아니니까 지금보다는 웃을 일이 많을 거예요. 울면 내 소매로 눈물 닦으세요. 넘어져도 되고 푹 안겨도 좋습니다 괜찮은 향수를 샀으니까요. 나로 인해 행복하면 내가 더 기쁘다는 걸 알아주세요.



책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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