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소설> - Marry

by 신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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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소설> - 메리




















안녕 메리.

1993년 3월 19일 새벽 3시에 이 편지를 써

고리타분한 이야기지만 이 편지가 저 숲과 바다를 지나 너에게로 간다면 나는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겠구나.

뭐, 죽으러 가는 건 아니지만 넌 이런 말을 해줘야 조금이라도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는 아이니깐





메리.

3월은 정말 좋은 계절이야.

우린 9월에 만났지만 난 개인적으로 너와 함께 보낸 3월이 제일 기억이 난단다.

3월은 추워. 비싸게 산 코트를 꾸역꾸역 입기 좋은 날씨였지.

긴 머리에 쓴 빨간 벙거지. 우리 메리의 마스코트. 그리고 단추가 6개 달린 짙은 회색 코트

그 코트에는 털 뭉치가 달려있어서 너의 뒷모습을 볼 땐 마치 토끼의 엉덩이를 보는 듯했어.





3년 전엔 말이지

우린 스테인리스 컵에 데운 코코아를 담아 아무도 본 적이 없는 숲으로 간 적이 있었어.

아무도 모르게 우리 둘만의 비밀을 만들고 싶었지.

서로에게 더 익숙해지기 전에 매일 새로운 것들을 하자고 소리를 꽥꽥 질렀었잖아.

그때 숲 속 깊은 곳에서 젖은 너의 입술에 처음 입맞춤을 했을 땐 설인이 되는 기분이었어.

길들여진 짐승이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달까.

근데 왜 하필 키스를 하는 도중 등산객이 나오는 거야?

숲을 내려오다 내가 장갑을 잃어버려서 메리의 장갑을 한쪽 씩 끼고 손을 잡은 채 집으로 걸어갔지.

난 물론 괜찮았지만 추위를 많이 타는 네가 빨개진 손으로 내 손을 먼저 잡아주었을 때 난 너와 미래를 꿈꿨던 것 같아. 그 모습은 귀엽기도 했지만 앞으로 평생 네 손을 잡고 싶다는 욕구가 하늘 끝까지 솟구쳤거든.

그 장갑 아직 내가 가지고 있는 건 아니?





메리

이런 열정 쟁이 같으니라고.

하고 싶은 건 꼭 하는 성격 덕분에 나도 많이 배웠지. 너처럼 나도 내가 하고 싶었던 꿈을 좇아 열심히 살아왔어.

낡은 목재 책상에서 램프를 켜고 공부를 하는 건 집중이 잘 됐지만 난 널 안고 싶어서 바르르 떨었었다고.

공부가 끝나면 넌 펄쩍 뛰며 나에게로 와서 안겼지.

배가 고프다고 투명한 입술을 내미는 걸 보면 귀여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안고 수십 번 뽀뽀를 했어. 볼에 침이 가득 묻을정도로.

환상적인 나날이었어 메리. 난 줄곧 그런 일상에서 너와의 먼 미래를 꿈꿨는지도 몰라.





여름에는 꼭 마리아스 해변에 가 돌로 성을 만들었어.

멀찍이서 파도를 갸름하고 성을 만들어 절대로 무너지지 않게 만들었지.

집중할 때 나오는 특유의 표정이 생각난다.

성을 완성하고 공주와 거지 놀이를 하다 보면 어느덧 밤이 되었어.

내일 다시와도 무너져있지 않길. 이렇게 두 손 모아 기도한 뒤 우린 샐러드 파스타를 먹으러 갔지.

그 가게의 파스타는 절대로 잊지 못할 거야. 메리 너도 마찬가지지?





보고 싶다. 보고 싶어.

보지 못하는 게 이렇게 힘든 건 줄 알았으면 그때 하루 더 있다 갈걸 그랬어.

버텨볼게. 버텨야만 하니까 이런 편지를 쓰는 거야.

문득 하루가 힘들 때면 나는 그저 은연중에 떠오르는 너의 잔상만 바라볼 뿐이야.

근데 너에게 줄 편지를 쓰다 보면 잊어버렸던 기억까지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어.

돌아가면 멋지게 프러포즈를 할 거야. 더 이상 난 내 미래를 위해 달릴 필요가 없는 것 같거든.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 좋으니까. 사랑해 메리.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까지 건강해.









.










메리는 편지를 집어 든 채로 집을 나섰다.

1994년 5월 13일 새벽 두 시

유난히 그가 보고 싶은 날이었다.

울타리에 턱을 괸 채로 하늘을 바라본다.

후후후하고 웃는 건 그에 말해준 추억이 고스란히 메리에게도 전해져서겠지?

눈을 감고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렇게 부르다 보면 메리는 당장이라도 그가 옆에 나타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서 와서 날 가득 안아주었으면.







"프러포즈는 무슨..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셈인 거야.

누구는 맨날 기다리는 줄만 아나. 내가 다른 남자라도 만나면 어쩌려고 그래."





"그러면 다시 뺏어와야지."





"응..?"





"사랑해 메리."























p.s



마음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었던 '메리'라는 아가씨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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