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하영 Jul 05. 2021

사랑이 남긴 일시적인 트라우마

나도, 당신도 좋은 사랑을 할 수 있었으면.



사랑이 남긴 일시적인 트라우마



영화 <봄날은 간다>中




좋았던 기억이 있는 것만큼 일시적인 트라우마도 존재한다. 나에게 상처를 준, 이제는 잊고 싶은 사람에 관한 여러 조각들 말이다. 나는 어느 날 길을 걷다 분식집 간판을 보고 눈을 질근 감았더랬다. 

내 친구는 웬만하면 그 동네에 가지 말자고 했고 그녀는 같이 양치를 했던 화장실 거울을 아직도 편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당신도 무심코 들은 음악에 죽을 만큼 쓸쓸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이건 이별이 만든 나비효과가 아닐까.

그래, 그 사람은 너무 무심했고 이기적이었으며 이상하리만큼 솔직했다. 그렇게 받은 상처는 아물기도 전에 잊고 싶었다. 어떻게든 빨리 머릿속에서 지우고 다시 일상을 회복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생채기투성이인 마음도 숨을 쉬어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가끔은 어떠한 마음도 쓰지 않는 시기가 필요하다.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누군갈 그리워하지도, 미워하지도 않고 나를 바라보며 내 입에 맛있는 것을 하나 더 넣어주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당신, 어차피 시간은 빠르지 않던가. 옅은 흉터가 생기고 일상의 호흡이 다시 안정적이게 되면 그때 우리 다시 사랑을 하자. 어느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은 사람처럼. 물론 새로운 관계가 두려울 수도 있겠지만, 사랑을 하고 받는 건 인생을 더 윤기나게 해줌에 틀림없으니 나는 우리가 구슬처럼 무겁고 빛나는 인생을 살 수 있길 바란다. 그렇게 나도, 당신도 좋은 사랑을 할 수 있었으면.



-책<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中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당신의 이야기"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리커버 개정판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의 정의를 세우지 못할 땐 종종 고개를 돌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