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하영 Aug 05. 2021

올 여름도 이렇게 가고 있군요

밀린 7월의 일기



밀린 7월의 일기



고향 집에서 찍은 초엽




1. 

사람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창작을 할 때만큼은 잠시 상상에 빠져 일상을 잊는 것이다.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희열은 창작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므로 예술은 삶에 필요한 존재라 말할 수 있겠다. 손으로 생각과 감정을 내뱉을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축복이다. 토해내는 순간이 모이면 인간은 자연스레 차분해진다. 일상에 브레이크가 없는 요즘, 각자의 페달은 반드시 필요하니 나는 글로써 나를 멈춘다. 그러고 보니 우락부락 화를 냈던 적이 언제였더라. 앞으로도 얼굴 붉힐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글은 내게 일종의 종교인 걸까.







투닥투닥





2. 

가끔은 더 이상 치고 나갈 수 없는 글이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나온 '시험은 기세'라는 대사처럼 글도 기세라는 생각을 한다. 영감이 왔을 때 녀석의 목덜미를 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3주 동안 메모장을 얼마나 쳐다보았는지 모른다. 마지막 문장에 턱턱 막히다 이틀 전에야 매듭을 지을 수 있었다. 망원으로 가는 지하철 안 12시 53분쯤이었다. 물론, 완성된 글은 아니었지만 미묘한 승리감에 작업실로 가는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다. 승기를 잡은 글은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피드에 올라간다.




음악 가뭄에서 구원해준 책




3. 

플레이 리스트에 가뭄이 생겼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흘러나오는 노래에 금방 권태를 느끼고 에어팟을 톡톡 두드리기 바쁘다. 그래서 지켜보던 책을 구매했다. 바로 'Music For Inner Peace'다. 이 책은 플레이 리스트 가이드 북으로 텀블벅에서 성공을 거두었는데 마음의 이너 피스를 위한 음악 선곡으로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았다. 표지도 예뻐서 제법 눈길이 갔었는데 얼마 전, 시장조사를 하려고 합정 교보문고에 갔을 때 이 책을 발견했다. 약간의 테스트 겸 제일 앞 장에 있는 음악을 들었는데 너무 좋은 게 아닌가. 그래서 바로 구매를 한 뒤 며칠 간격을 두고 이 책을 통해 플레이 리스트를 채우고 있다.(물론, 100%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음악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있어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가 있다. 만약, 미드나잇 인 파리 OST를 좋아한다면 한국영화 '좋은 하루'의 OST를 들어보길 바란다.)



4. 

작은 오해가 생기지 않으려면 명확한 의사전달이 필요하다. 좋으면 좋다, 슬프면 슬프다. 그리고 눈치 보지 않고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세. 상처는 대부분 '말'에서 일어나는데 서로 입에 칼을 물고 웅얼거리니 자꾸 오해가 생기는 것이다. 칼은 안주머니에 고이 집어넣고 또박또박 혀를 세워 나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 상처를 주고받더라도 정직하고 명확하면 그만큼 회복도 빠른 편이다. 그러니 빙빙 둘러가지 않도록 하자. 그러기엔 마음의 여유가 없다.







5. 

출판사 작업시간을 10-7에서 9-6으로 바꾸고 있다. 한 시간 일찍 퇴근하는 게 얼마나 큰 지, 코로나만 아니면 분명 취미를 위해 학원을 다녔을 테다.(피아노,,) 소화기능도 돌아와 속도 괜찮고 꾸준히 운동도 해서 똥배가 쇽 들어갔다. 지루한 것 같으면서도 하루하루가 빨라 문득 생각에 잠길 때면 겪은 과거를 뒤돌아보기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나는 나아가야 하니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밖에 없다. 아마 다들 그렇지 않을까? 해야 할 일을 마친 어느 밤. 나도 당신도 아무 탈 없이 편히 잤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은 출판사 운영도 쉽지가 않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