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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Jul 03. 2022

나는 당신의 언어를 사랑했습니다.

내가 당신을 이토록 사랑하는 이유


 




 

나는 당신의 언어를 사랑했다. 멋진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애정과 보살핌을 듬뿍 받으며 자라난 당신에게는 진주 같은 모국어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혀를 사랑했다. 누군갈 폄하하지 않고 날 선 감정을 잘 정제해서 내뱉는 당신은 내게도 늘 괜찮다고 말하며 그 작은 손으로 내 등을 쓸어내려 주었다. 

당신이 내 팔뚝에 얼굴을 묻고 오늘 있었던 일을 나긋이 말하는 게 참 좋았다. 그럴 때면 꼭 어렸을 때 엄마가 동화를 읽어주는 것 같아 나는 “어른 동화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 곱디 고운 입술이 파르르 떨릴 때도 있었다. 부정한 일이나 이해받지 못했을 때 그랬다. 가끔은 내가 가해자가 되기도 했고 슬픈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 소란스러운 밤을 보내기도 했다. 그대는 슬픔도 노동이라며 한 번 울고는 아이처럼 잠에 빠졌지.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는 당신과 보내는 먼 미래를 홀로 그리곤 했다.  


아, 이 회색의 도시에서 꾸준히 예쁘게 말을 한다는 건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픔에도 불구하고 남을 위하는 건 전력 질주로 달리기를 한 것처럼 두터운 피로가 쌓이기 때문이다. 그 짧은 시간에 감정을 정리하고 차분히 말한다는 건 어쩌면 마법처럼 멋진 능력이 아닐까? 


그녀의 언어는 목화솜처럼 포근했고 보리차처럼 고소했다. 마음에 습기가 차면 나는 꼭 뭐가 고장 난 사람처럼 숨을 헐떡이곤 했는데 그녀가 후, 하고 불어주면 막 샤워를 끝낸 사람처럼 뽀송뽀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당신과 나누는 키스는 카스테라. 당신과 나눈 식사는 유독 소화가 잘됐다. 지금까지 우리가 나눈 대화로 나는 당신에게 밀도 높은 사랑을 느낀다. 그래서 당신만큼 당신의 언어를 애정 한다. 내게 이토록 따스한 말을 해줄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놓치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나도 당신을 점점 닮아가니 그대는 나의 선생이자 영원한 내 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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