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하영 Mar 09. 2023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사랑이다




내가 구원이라는 단어를 쓰는 건 물이 들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물들지 않았다면 나는 구원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았을 테다. 더럽혀졌기에 씻을 수 있으니 언젠가 구원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삶에 원천이 되는 나의 멋진 청사진이여. 만약, 계획대로 사랑을 이루고 목표를 달성한다면 피부에 묻은 진흙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상쾌하고 개운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의 구원이 무엇이냐고. 그렇게 사색의 길을 따라가니 깊은 내면 안에 무언가가 있다. 가까이 가보니 '희생'이라는 감정이 바닥에 놓여있더라. 희생? 그래, 희생. 나는 희생이 하고 싶었다. 하늘을 떠받치는 아틀라스 신처럼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지는 것. 홀로 교토 거리를 걸을 때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온 마음 다 바쳐 지켜줄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때 본능적으로 고개를 내저었지만, 그게 진정 내가 원하는 것임을 금방 깨달았다. 책임감으로 삶을 가치를 느끼는 사람. 도망칠 생각보단 품으려는 마음. 비단, 연인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반려견, 친구를 떠올리면 나의 욕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 비범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나는 참 많이 더럽혀졌다. 그래서 순수한 감정, 맑은 마음이 필요하다. 당신은 어떠한가? 나처럼 주는 사랑에 삶의 가치를 느끼는가 아니면 받는 사랑에 삶의 가치를 느끼는가. 답은 없지만 나는 어딘가로 쏠려있는 게 분명하다. 이제는 이 사실을 스스럼없이 인정하기로 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저는 늘 조급한 사람이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