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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Mar 02. 2023

저는 늘 조급한 사람이었습니다

나에게 여백을 주는 법 

KBS1 : 다큐 3일 


나는 늘 조급한 사람이었다. 약을 먹으면 빠르게 효과가 나야 하고, 투자를 하면 바로 수익을 얻고, 누군가를 좋아하면 아무런 대가 없이 사랑받고 싶었다. 그렇다고 바닥에 누워 칭얼댄 건 아니지만, 기다리는 척을 하면서도 마음은 늘 다급했고 편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간 했던 인내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그게 조금 억울했다. 이렇게 많은 걸 참고 살아왔는데 결국 조급한 사람이라고 말해야 하는 게 싫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간 많은 걸 참으며 살았을 텐데. 그래서 조급함보다 나의 인고를 먼저 바라보기로 했다. 이 세상이 몰라주면 나라도 알아줘야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인내를 인정받으려면 먼저 고집과 세월이 필요했다. 

"그래, 너는 걔 진짜 많이 좋아했지."라던가 "내가 봐도 진짜 열심히 하긴 했어." 같은 말을 주변 사람에게 한 번이라도 들은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인내를 인정받은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글쓰기'가 있겠다. 10대 시절 7년간 춤을 추고, 스무 살 땐 클럽을 전전하며 놀기 좋아했던 아이가 이제는 집돌이가 되어 3년, 5년도 아닌 12년째 글을 쓰고 있으니 그들도 기가 찰 노릇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글을 쓸 때만큼은 보상심리를 갖지 않았다. 쉽게 말하면 계산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은 조급함을 증발시키는 동시에 한 뼘의 여유를 만들었다. 행여나 보상을 기다린다 해도 기다림에 익숙했기 때문에 애초에 힘을 쓰지 않고 의지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오늘날의 하영이 된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 참 바지런하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나는 여전히 욕심이 많고 다른 것에 조급함을 느끼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더는 보상심리를 갖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대치를 낮추고 훗날을 기약할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글쓰기와 같은 존재가 내게 또다시 스며들 거라 생각한다. 


사람은 나이의 숫자만큼 세월의 속도를 느낀다던데. 어째 어른들이 조금 더 여유로워 보이는 건 뭘까. 아마 조급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걸 알아서겠지. 쟁취하고 싶은 게 있는 나는 종종 손톱을 물어뜯지만, 칭얼거리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 여백이 있을 때 비로소 새로운 것을 제대로 맞이할 수 있다. 타이밍은 반드시 오며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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