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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Apr 06. 2023

사랑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사랑의 이해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당신에게 무언갈 바라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은 건 아니다. 일정 호감만 있다면 우린 뭐든 상상할 수 있지 않은가. 머리를 감을 때나 잠에 들기 전, 나는 당신과 마주하는 상상을 종종 한다. 그렇지만 사랑에 패배한 나로선 마냥 판타지만 꿈꿀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어느 정도의 시니컬함을 가져야 했다. 아무런 서사없이 사랑에 흠뻑 젖어 인사하는 사람은 천운이 아닌 이상 사랑스럽게 보이지 않을 테니까.

인간이 참 간사한 게 둘이 있을 땐 혼자를 생각하게 되고 혼자 있을 땐 둘을 생각하게 된다. 캠핑을 가고 싶어 용품을 알아보는데 자꾸 2인용으로 눈이 돌아가는 건 뭐람. 그렇다. 나는 누군가와 그릴 앞에서 꼬치를 구워 먹으며 맥주를 마시는 상상을 한 게 틀림없다. 외로울 때 가장 나약해진다는 걸 알기에 1인용으로 다시 눈을 돌린다. 그래, 혼자 여행하는 것도 아주 큰 경험이지. 이렇게 말하면서도 혼자보단 둘이 낫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나였다. 얼마 전,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보며 느낀 점이 있다. 


'홀로 사색하며 내린 정의를 정답처럼 여기면 고립되는구나.'


사람에게는 각자의 의견이 있고 우린 대화를 통해 서로의 세계관을 확장시킨다. 나약한 인간으로 자라나 숱하게 사랑에 대한 고찰을 하여도 아무것도 정의할 수 없다. 결국 함께해야 정답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가끔 메마른 입술로 현관문을 연다. 나직이 말해보는 "다녀왔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마시면 갈라진 대지에 물이 퍼져나가듯 입술이 촉촉해진다. 혼잣말이 많아지는 건 정말이지 대화가 하고 싶어서일까. 


은연중에 존재하는 쓸쓸함을 너무 잘 알기에 만남 또한 쉽지 않다. 멋진 청사진만 그려놓으면 기대만 커지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바라지 않지만 아무것도 바라지 않은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외줄 타기가 따로 없다. 이번에도 클래스를 하며 성숙한 분들과 많은 글을 썼다. 각자만의 사랑과 외로움이 뚜렷하게 존재하는 걸 보면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느낀다. 이 글도 한낱 고찰에 불과할 뿐. 이런 생각을 했다는 걸 나누고 싶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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