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지금은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맞겠죠? 한 달쯤 됐을까요 불안하고 제 마음이 명확하지 않아서 무언갈 시작함에 있어 두려움이 먼저 느껴졌어요. 잘나지 않은 제가 사랑을 하고 꿈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누나. 사실 요즘은 나만 사랑하고 싶어요. 모든 책에서 자존감을 먼저 높이래요.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근데 전 다른 누군갈 사랑하고 싶어요. 사랑을 받는 것보단 사랑하고 싶어요. 사랑하게 하는 그 화살이 저에게로 와야 하는데 백번 천 번 마음먹어도 나를 겨냥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항상 거울을 보고 울상을 짓고 새 옷을 사고 싶고 선크림을 덕지덕지 바르고 다이어트를 하려고 해요. 어떨 땐 내가 괜찮아 보이기도 하는데 어디라도 다녀오고 나면 만신창이로 바뀌고 말아요. 저는 많은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생각 했어요. 지하철이나, 길을 걷는 평범한 사람을 보면 정말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바지를 입고 다급하게 뛰어가는 남자의 종아리 근육을 보고 정말 저 사람은 멋있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다들 그런 거예요. 저는 꾸민 사람보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이 더 아름다워 보였어요. 그들은 자신이 예쁘고 멋있다고 생각할까요? 저는 그게 궁금해요. 그렇다면 나도 누군가의 눈에는 그리 보이는 걸까요?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저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왜냐하면 계속 날 생각하게 하니까. 그래서 혼자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걷기도 했어요. 기분이 꽤 좋았어요. 혼자라는 건 이렇게 좋은 거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이런 생각은 연애나 썸이 지루함으로 덮어졌을 때나 했던 건데 5월의 푸른 나무들을 보고 치즈의 노래를 들으며 걷는데 정말 기분이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지만 전 정말 예민해요. 아기 같아요 그냥. 마음에 안 들면 떼쓰고 별거 아닌 일에 죽을 듯이 힘든 척하고 금방 괜찮아질 거 알면서도 안 좋은 생각만 하고 술을 마시고 기댈 사람을 찾아요. 그러고 보면 전 아직 누굴갈 사랑할 준비가 안된 거 같기도 해요. 누군갈 사랑함에 있어서 눈이 높아진 거 같기도 해요. 이게 다 그 사람 때문인데 나는 그 사람만큼 저에게 큰 느낌을 주는 사람이 아니면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나타나리라 믿고 있어요. 하지만 절대 가까이 있지는 않을 거예요. 그런 사람은 흔하지 않으니까. 누나. 저는 가만히 있을 필요가 있어요. 제가 괜찮아질 방법은 그것밖에 없을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무언갈 하면 할수록 안절부절못하는 제가 보이잖아요. 가만히 있다 보면 세상은 거기에 맞게 또 돌아가겠죠. 정해진 하루를 똑같이 보내다 보면 무언가가 분명 나타나겠죠. 어때요. 저 괜찮은 건가요. 나쁘지 않다고 말해줘서 고마워요. 인생에도 빨간 불이 있다고 해줘서 고마워요. 내가 아주 좋은 다리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줘서 고마워요. 그 다리로 한참을 달리다 잠시 하늘에서 보낸 누군가가 나를 쉬게 해 주려고 인생에 빨간불을 켰다는 말인 거 알아요. 그러니까 잠시 쉴게요. 저 잠시 쉬면서도 분명 외로워하고 배고파하고 힘들어할 테지만 그래도 여기 이 잔디밭에 앉아서 구름모양도 보고 일부러 바람도 마시고 단잠도 자볼게요. 생각은 많아지겠지만 정리가 될 거예요. 사실 애초부터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었다는 걸 저는 알고 있거든요. 누나 고마워요. 속에서 검은 숨이 나온 것 같아요. 커피가 마시고 싶어 졌어요. 일단 그것부터 마시고 저 움직일게요. 고마워요 누나."
p.s
얘기 들어줘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