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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Feb 15. 2022

리더, 내려놓음 앞에 서다

리더, 문 앞에 서다

진행하기로 했던 프로젝트가 취소되었다는 말을 어제 의뢰기업으로부터 통보받았다.


힘이 빠졌다. 벌써 몇개 째인가.... 물론 코로나 시국인 요즘,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나뿐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이러한 상황에 놓여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난 한동안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저녁 즈음 와이프와 식사를 하면서 나는 낮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와이프는 의기소침한 나를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보 이제 좀 내려놔, 너무 마음 쓰면
몸에 안 좋아"

내려놓는다... 와이프의 말이 고맙게 느껴지지만, 사실 마음대로 잘 안된다. 성격 탓일까? 나는 다분히 목표지향적인 사람이고 일 중심적인 사람이었다. 내가 하는 일의 목적이 중요했고 그 결과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좋았다(HR, 조직개발). 지금은 개인회사를 창업하여 내 일을 하고 있지만, 회사를 다닐 때 나는 이런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일에 몰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뭐라고 할까..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 

주변 친구들은 이런 나를 "재수 없다(?)"고 놀려댔지만 아무튼 이 말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강의나 프로젝트 의뢰가 연이어 취소되고 있는 요즘,  나는 좀 의기소침해져 있다. 와이프 말대로 나는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뭘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걸까? 욕심일까? 아니면 아직 내 열정이 식지 않아서일까? 내려놓으면 뭐가 좀 달라질까?.


오늘은 점심식사를 한 후 주변 카페골목을 산책했다. 걸으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 나도 이제 내려놓긴 해야겠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계속 붙들고 있어 봐야 뭘 어쩌겠나.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만 하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결국, In Put 아니겠는가. 끊임없이 생각하고 읽고 찾고 연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쓰는 것이다. 기회가 오면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더 이상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내려놓음에 대한 나 스스로의 정의는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니면 계속 헷갈릴 테니까.


내려놓음은
나 자신이 편해지기 위함이 아니다.
씁쓸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자기 방어용 인식전환도 아니다.
그냥 내면적인 포기상태에 이르자는 것도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내려놓음"은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은 무기력함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 잘 되기 위해서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숙성의 시간은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것은  꿈을 꾸고, 결단을 하고, 실행을 하는 시간이며 작은 성공을 이루지만 때로는 실패도 하고 거부당하기도 하는 것이다. 약속이 일방적으로 취소되기도 하며 이유 없이 갑질을 당하기도 한다. 그래도 내 진정성과 열정만큼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것, 이것이 숙성의 시간이다.


그러니 진짜 성장을 원한다면 숙성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진심일수록 누군가에게 거부당하거나 취소당하면 마음이 아프다.

내가 원하는 일일 수록 실패하면 마음이 아프다.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이 클수록 그것이 가능할지에 대해 의심도 커진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무엇을 하든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정당"하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내가 무엇을 포기하거나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숙성의 시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Photo by Javard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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